반복적인 삶 , 두려움 꽃말: 즐거운 추억
평소 좋아하던 언니와 동네 고샅을 지나다가 올망졸망 피어있는 꽃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 오래 서 있었다.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내게 그 언니는 말한다.
" 이 꽃은 일일초라고 해. 이름처럼 정말이지 기온만 맞으면 매일매일 피는 꽃이야. 생명력이 강해서 그냥 꺾어서 꽂기만 하면 한동안 몸살을 앓다가 새로 뿌리를 내려서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하지. 그래서인지 이 꽃은 일일초라고 불러. "
" 아.! 그렇구나. 신기하다. 깔끔한 게 참 너무나 예쁘네요."
" 그래. 알았어. 내가 하나 갖다 줄게."
방금 전 누군가가 물을 뿌려 줬는지 일일초의 반짝이는 잎사귀는 춤을 추고 꽃은 더 생글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언니는 그날로 집에 가서 꺾꽂이를 하게 되었고 걔네들이 몸살을 다 앓고 제 뿌리를 내리면 내게 주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꽃을 알게 되고부터 화원을 지날 때면 눈여겨보다가 급기야는 참아내지를 못하고 한 포기 사다가 집에서 즐기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러 번의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그 언니 집에서 일일초가 우리 집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그래서 집안에는 점점 식구가 늘기 시작했다.
그런 연유로 일일초는 요즘 베란다를 부지런히 드나들게 하는 반가운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
지금 장황하게 일일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는 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인즉슨 우리네 삶이 일일초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반복적인 삶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우리는 매일 일을 하고
우리는 매일 숨을 쉬고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해를 보고~~~
이렇듯 똑같은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진력나 하기도 한다.
일일초를 보면서 꽃말을 알아보았다. 즐거운 추억이란다.
나의 하루를
나의 매일을
나의 오늘을
나의 지금을
아름답고 즐거운 일들로만 수놓으면 우리네 삶은 과연 하나도 권태롭지 않을 수 있을까.
나에겐 두려움이라는 마음가짐을 많이 가진 자식이 하나 있다. 그 애에게 말해 주고 싶다.
" 너는 너 자체가 꽃이긴 하지만 때때로 비바람을 이겨내야 하고, 매일매일 새 아침을 맞이하고, 새롭게 피어나고 생글거릴 때 엄마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고."
우리는 누구나 두려움이라는 것을 몸안에 세균처럼 지니고 산다. 그것과 의연하게 동침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에 치여서 개골개골 무너진 삶을 살 것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좋아지려고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왜인지는 몰라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려니 하는 기대감이나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때때로 생겨나는 시련을 견뎌가면서도 말이다.
일일초가 분무기로 물을 주는 주인인 나에게
안녕하세요!
주인님!
밤사이에 잘 주무셨나요?
저도 지난밤에 푹 잤더니 상쾌한 아침이네요.
마음씨 고운 주인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그런다.
그래그래 너도 활짝 웃는 하루 보내거라.
너의 밝은 모습을 보니 나의 새날이 기대되는구나.
우리 그럼 멋진 하루 보내자꾸나. 화이팅!!!
나에게 일일초를 준 언니는 아주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