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구 방 망 이

안타 안타 안타

by 니또르쟈니

가을운동회에 갔다 온 기분이다.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야구장엘 갔다.



신혼 때부터 줄곧 퇴근시간에 차 안에 최고의 볼륨으로 야구방송을 틀어놓고 귀가하던 사람이 요즘엔 휴대폰을 든 채 대문을 들어선다. 인사도 거의 거르고 전화기를 식탁에 세워 두고 째글째글 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식사를 한다. 밥을 먹고 나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도 못할 정도로 야구에 빠져 산다. 평소에 별 반찬도 하지 않고 내미는 밥상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야구가 밥보다 더 좋은지 참말이지 가관이다.


다섯 명의 가족 중에 두 사람이 야구를 좋아하고 한 사람은 보통, 너머지 두 명은 싫어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에 속한다.


그런 가족이 다 같이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줄이 경기의 인기를 말해 주었다. 표검사와 가방검사를 마치고 관중석에 들어서면서 보니 젊고 잘생긴 친구들이 피자며 치킨 등을 들고 다들 폼나게 지나가고 있다. 게임을 보면서 먹을 먹거리인 모양이다.


우리 가족이 전투하듯이 구한 표가 외야에 앉을 표란다. 그럼 포수와 투수가 가까이 보이는 곳을 내야라고 하나? 좀처럼 야구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3~4시간을 어찌 보내야 하나를 걱정했다. 야간경기를 본 경험이 많지가 않아서 혹시 추울까 하고 겨울옷을 준비하려다 몇 겹의 얇은 옷을 준비하긴 했지만, 이것도 과한 생각이었다. 경기장은 젊은이들의 열기로 화끈 달아 올라 있었고, 각 팀의 집채만 한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의 팔 근육은 탄탄했다. 응원을 주도하는 예쁜 학생들의 다리는 멀리서 보기에도 늘씬늘씬해 보였다.


생각보다 야구장의 녹색 잔디는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흰옷 입은 팀과 붉은 옷을 입은 팀이 싸우는데 공 하나가 사람을 이토록 긴장시키는 줄은 처음 알았다. 4, 5위전이라는 점이 긴장감을 더 고조시켰던 것도 같다


도루라는 게 있는데 1루나 2루, 3루에 있으면서 우리 팀이 번트나 안타를 쳤을 때 아니면 파올을 했을 때 몰래 한 루를 더 가는 것을 말하는 모양이다. 어느 틈에 상대팀이 도망쳐 버리니까 그 선수를 보다가는 원래 공을 때린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를 못 보고 지나치기 일쑤다. 민첩하거나 약아빠지지 않고는 야구경기를 본다는 게 쉽지가 않아 보였다.


타자가 탁~~ 하고 먼 곳까지 공을 치면 그 넓은 운동장을 시속 100킬로도 넘게 달려가서 장갑 낀 손으로 터억 받는 걸 보면 기가 막히다. 어떤 선수는 공을 받으면서 쫙 넘어졌는데 공을 놓쳤는지 쥐고 있는지를 잘 알 수가 없어 비디오 판독을 마친 다음에 알려 주기도 했다. 쭈욱 넘어지면서 받아내는 광경이라니~~~

경기를 한참 보다 보면, 투수가 보기에 우수한 타자가 나타났을 때 우리 팀에게 자꾸만 공을 던져 타자의 힘을 뺀단다. 그러면 상대팀 응원단에서는 우~~ 우~~ 하면서 투수에게 야유를 보내고 또 타자가 새로 등장하면

ㅇ ㅇ ㅇ 안타

ㅇ ㅇ ㅇ 안타 그러고

ㅇ ㅇ 없으면 못살아

나 혼자서는 못살아

ㅇ ㅇ 없이는 못 살아

떠나가면 못살아~~~~~


선수들마다에게 알맞은 노래가 따로 있는지 때때로 노랫말이 바뀌고 으쌰 으쌰 운동장은 들썩들썩했다.


야구를 반만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생일을 맞았는지 족발에 치킨에 맥주에 어묵탕까지 얼마나 먹었는지 입술이 번지르르하다. 큰딸은 좋아하는 편에는 얌전한 관중에 속했다. 남편은 가끔씩 어디서 힘이 났는지 짐승처럼 야~야~그러기도 하고 벌떡 일어나 다른 사람들처럼 소리소리를 질러댄다. 나와 비슷하게 야구가 뭔지도 모르는 둘째 딸은 가방 안에서 캔맥주를 다시 꺼내더니 저 혼자 벌큼벌큼 마셔댄다. 이내 얼굴이 벌게지더니 고래고래 악을 써 댄다.


우리 줄은 촬영하는 기계가 있는 쪽이어서 화장실을 다녀와서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야구가 뭔지 좀 파악이 되려니까 어느덧 경기는 끝나 버렸다. 우리가 좋아하는 팀이 졌기 때문에 한동안 야구와 또 멀어지면 다시 문외한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사람들이 모아 버리고 간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갔다.

그 쓰레기는 아마도

사람들이 쏟아낸 잡념과

스트레스와

그 밖의 몸에 지닐 필요가 없는

그런 것들의 흔적이었을까.


한 선수가 던지는 공과 다른 선수가 때리는 야구방망이의 마술이 이런 것이었다니.


이제 평생 야구를 좋아했던 남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웅얼웅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며 야구 경기하는 소리를 타박해왔던 안사람으로서 이제는 조금 양보라는 걸 해 볼까 한다. 온종일 일하면서 받은 중압감이나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것들을 그런 게임을 보면서 잊거나 날리거나 즐기겠다는 데 그동안 나의 생각이 너무 짧았었나?


야구방망이여!

안타 안타 안타 안타

홈런 홈런 홈런 홈런


신나게 때리거라.

신바람 나게 때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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