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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Sep 29. 2022

토스의 브랜딩

본질을 어디에 둘 것인가

1. 브랜딩을 하는 이유


 애플의 끝을 모르는 성장과 나이키의 오랜 성장으로 인해서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Fancy하고 영속하는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지속되었고,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온갖 논문, 책, 케이스 스터디의 자료를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든 서비스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브랜딩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기업에서의 브랜딩은 금과옥조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보다 브랜딩을 더 우선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도 같은 실수를 (서비스의 편의성이나 그 자체보다 브랜딩을 우선시하는) 했다. 그 실수를 통해서 진짜 브랜딩의 TPO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브랜딩은 정말 필수적이고 중요하긴 하지만, 어떤 시점에 있는 회사가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브랜딩을 시작해야 하는지는 그 회사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너무도 다르다.


 애플이나 나이키는 다르다. 브랜딩을 통해 팬을 형성하면 그 팬이 자신들의 모든 제품군을 구매해준다. 팬 한 명을 얼마나 우리 브랜드에 충성시키느냐, 중독시키느냐에 따라 우리 회사에 가져다주는 돈의 크기가 달라진다. 일례로 이번 M2 맥북 에어가 출시되었을 때, 애플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M2 맥북 에어를 컬러 별로 구매한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 그분은 애플의 모든 색상을 가지고 있는 것에 엄청난 만족감을 느꼈다. (이러한 소비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애플과 같이 제품을 파는 회사들은 브랜딩에 쏟는 돈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운영하는 서비스도, 이번에 다룰 토스도, 그런 식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다. 우리 서비스에 애플의 충성 고객만큼 충성하는 고객도 우리 서비스에서 머무르고 방문하는 것 외에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 없다. 토스에서 주식 커뮤니티에 댓글을 달거나, 토스로 친구에게 송금을 하거나, 토스로 신용 조회를 하더라도 그것에 따라 추가되는 가치는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브랜딩을 하기 전에 먼저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브랜딩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브랜딩을 통해서 소비자가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게 만들 것인지를 넘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한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지까지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적합한 전략이 나오고 효율적인 전략이 도출된다. 브랜딩도 결국 하나의 '기업 활동'에 불과하다. 모든 기업 활동은 ROI를 고려해야 한다. (측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려하자는 것이다.) 


 나의 처절한 실패 뒤 답을 구했던 서비스들은 오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와 유사하게 그저 애플의 브랜딩 방식을 따라 하고 있었다. 내 실패에서 비추어 보건데 당신 기업들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로 브랜딩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다.


2. 토스의 브랜딩 전략이 죄인 이유


 sin은 죄라는 뜻이고, 그 어원은 '과녁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방향성을 벗어나는 것은 죄로 치부될 정도로 잘못된 일이다. 지금 토스가 하는 브랜딩은 죄다.


 1) 돈을 버는 방식에 맞는 브랜딩을 해야 한다

 토스는 기본적으로 MAU 비즈니스다. 토스는 기본적으로 제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토스 앱을 방문해 토스 앱을 통해 송금하고, 주식을 거래하고 하는 등의 활동으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다. 이 정도 비즈니스에서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지출은 매우 한정적이다. (사실 지출도 아니고 지출의 길목에서 중개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토스가 할 브랜딩은 정해져 있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 오는 불안감을 없애주는 브랜딩과 기존에 있는 서비스들보다 훨씬 더 편하고 빠르다는 브랜딩. 그 외에 것들은 부가적인 것이다. 더 해도 의미가 없다. 서비스 확장을 위한 브랜딩이라는 소리는 넣어 두자. 확장되지도 않은 서비스를 상상하며 전개하는 브랜딩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괴리감을 선사할 뿐이다.


2) 적합한 브랜딩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브랜딩을 통해 팬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가 뭘까? 고관여 소비자인 팬은 저관여 소비자들이 시간 투자하지 않는 것들을 알아내려 노력하고 심지어 그것을 저관여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는 고관여 소비자들을 자신들의 프로모터로 만들고 고관여 소비자에게 저관여 소비자 설득이 편하도록 어떤 이미지를 저관여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저관여 소비자들은 무언가를 구매할 때 대부분 고관여 소비자에게 조언을 구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제품을 추천해주는 저 사람의 말과 어딘가에서 보았던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합쳐져서 설득을 당하는 것이고, 여기서 브랜드의 역할은 그 이미지를 저관여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던 기억에 가장 잘 남는 방식으로.


 그러면 토스의 지금 상황은 어떤가? 토스로 송금하는데 누군가의 설득이 필요한가? 그런 고민의 과정이 없이 빠르고 쉽게 송금하는 게 토스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던가? 토스로 신용조회하는데 누군가의 설득이 필요한가? 아니 신용조회에서 토스의 경쟁자가 있긴 한가?(나는 토스 외에 신용 조회하는 방법을 모른다) 이렇게 쉽고 빠르게 이어지는 과정에 누가 의문을 갖고 있긴 한가?


 결국 토스의 브랜딩에는 고관여 소비자가 저관여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빠진다. 그러면 저관여 소비자의 설득이 쉬워지도록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필요가 없다. 토스가 브랜딩을 하고자 할 땐 고관여 소비자들에게 토스가 지향하는 바를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 많은 인력과 시간과 돈을 들여서 유튜브에 조회수가 1만 회가 되지 않는 영상들을 열심히 찍어낼 이유는 무엇인가? 고관여 소비자들은 어떻게 주어지든 토스의 메시지에 귀 기울일 것이고 그렇다면 왜 굳이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유튜브로 그것을 하고 있는가? 차라리 글이나 책의 형태로 전달했다면 훨씬 더 그 메시지에 힘이 실리지 않았을까?

 토스 팀은 어려운 메시지를 영상이라는 재밌는 형태로 제공하고자 했겠지만, 그 어떤 사용자 군의 마음에도 적중하지 못한 '과녁에서 벗어난' 전략일 뿐이다.


3) 노골적이지 않아야 한다.

 브랜딩은 소비자들의 의식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하는 바를 명확히 말하는 일반 마케팅과 구별된다. 하지만 브랜딩을 할 때에도 자신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그 메시지가 너무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나를 세뇌하거나 가르치려 든다고 느끼고 해당 콘텐츠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

 지금 토스의 유튜브 홈을 들어가 보면 우리에게 토스를 어떻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은지 너무도 노골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어떤 콘텐츠도 눌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동화책을 사러 들어갔는데 모든 동화책 표지 사방에 "권선징악"이라고 쓰인 느낌이랄까. 빌드업이 잘 갖춰진 상태로 가슴을 후벼 파는, 뇌리에 스치는 이미지를 브랜드화시킨 것이 아니라. "나 이 메시지를 전달할 거야!!!!!!!!!!!!!!! 절 대 로 놓치면 안 돼!!!!!!!!"라고 시작부터 옆에서 고함을 지르는 느낌이다. 세련되지 못한 방식이다.


3. 브랜딩에 실패하면서 느낀 브랜딩의 방법


거창하게 토스의 브랜딩에 대해서 논했지만, 사실 나도 브랜딩에 실패했고,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사업가임에도 토스에 발끝을 따라잡는 서비스 성과 또한 올리지 못했다. (토스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초기라 성과는 없다 ㅎ) 그래도 이런 과정은 필요하다. 토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가 왜 실패했고, 지금 쟤들은 왜 실패하고 있는지를 오래 고민하다 보면 그것 자체가 나에게 반면교사가 되어 나는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1) 중소규모 스타트업의 브랜딩 방법

 브랜딩을 고민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브랜딩과 연관된 책만 여섯 권을 읽었다. '콘텐츠로 창업하라/ 다시 브랜딩을 생각하다/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스토리노믹스/ 파는 것이 인간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반론의 함정에 빠졌던 것 같다. 우리도 저들이 하는 것처럼만 따라 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착각. 

 그래서 그냥 서비스에 스토리만 갖다 붙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비스 자체보다 스토리에 더 집중했다. 스토리만 잘 갖다 붙어 있으면 제품에도 애착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결국 브랜드와 스토리는 제품의 다음 단계에 오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이 애정이 되어서 무언가를 더 알아보고 싶다는 감정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좋은 서비스는 스토리가 없어도 브랜드가 형성된다. 그러니까, 그냥, 우리 같은 중소규모 스타트업은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데만 집중해야 한다.


2) 대규모 기업의 브랜딩 방법

 토스와 같이 이미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엄청난 이용자가 있는 서비스들은 아마 이미 어느 정도의 브랜드가 형성되어 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정도 이용자가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이때는 무작정 뭘 해보겠다고 덤비는 것보다 어떤 방향으로 브랜딩을 만들고 싶으며, 그 브랜딩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시장에 자금이 넘칠 때는 ROI는 생각하지 않고 성장과 브랜딩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이 통했지만, 지금 그렇게 실속 없이 쏟아부었던 회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실리콘벨리의 유니콘들의 CEO들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목적 없는 기업 활동은 죄다. '이 브랜딩으로 어떤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며 이렇게 될 경우 적어도 X%는 우리의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이들을 통해 적어도 Y%는 설득이 되어 추가로 구매하게 될 것이다.'는 명확한 목적과 지표가 있어야 한다.


4. 맺으며

 사실 나는 토스를 참 좋아한다. 초기부터 토스가 한 사업들은 다 이용했고 거기서 이득도 많이 봤다. 대학교 다닐 때 토스의 HR 사례를 분석해서 발표를 하기도 했었고, 최근엔 이승건 대표의 PO 세션을 인상 깊게 듣고 모든 기획 팀원들에게 시청을 강요하기도 했다. (나 혼자서 한 세션당 5번 정도는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된 진리 하나. 멀리서 보면 다 보이는데, 내가 직접 하면 눈앞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제삼자인 내가 봤을 때 토스는 그런 함정에 빠져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내가 이미 빠져 본 적이 있는 함정이기에 아마 맞을 것이다. 저렇게 큰 기업에,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잘못된 방향으로 빠진다는 것을 글을 쓰는 동안 나에게 계속 이야기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너는 곧 다시 돌아올 능력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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