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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Oct 12. 2023

공동창업자와의 목숨 건 동거

동거 2년 차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공동창업자와의 동거 또한 시작되었어요. 같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일상을 더 가까이 공유하니 오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출근길과 퇴근길에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같이 살아도 기상-출근-회사-퇴근-잠의 패턴이 계속 반복되었기에 평소에는 동거의 좋은 점을 느낄 수 없었어요. 어차피 원래처럼 회사에서 계속 함께 있었거든요. 그냥 같은 곳에서 출근하고 같은 곳에서 퇴근한다는 것 외에는 각자 살 때랑 딱히 달라질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좋은 것들은 으레 그렇듯 같이 산 것의 장점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일단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저는 회사 외부에 나가 있는 일이 많은데, 같이 살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돈독해졌고, 회사 내부 살림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굳이 말로 무엇이 힘들다, 무엇이 고민이다 이야기하지 않고도 서로의 고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다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가득할 때면 아무 말 없이 '따릉이 탈래?'라고 하면 같이 따릉이를 타고 노들섬으로 향했고, 노들섬을 한 바퀴 돌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민이 정리되지 않을 땐 굳이 고민을 나누려 하지 않고, 나머지 한 명도 답을 찾아주려 하기보단 그냥 옆에서 답을 찾는데 불안하지 않도록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3년 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저를 의심한 적이 없어요. 제가 내는 의견에 대한 이견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제시하지만, 저라는 사람에 대한 지지는 누구보다 강력하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저는 이 친구와 같이 살지 않았다면 두 번째 실패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자존감과 저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진작에 안에서부터 무너졌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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