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걸러 듣고 진짜 멘토를 찾으세요
정부 지원 사업에 들어가면 항상 멘토를 매칭해 줘요. 멘토들은 이런저런 경력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고, 고심해서 나에게 맞는 멘토를 찾게 됩니다. 저도 그랬고요. 정부에서 공인해 줬고 멘토 경력도 길고, 뭐 인증도 받았다니까. 사업 자체는 처음인 저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것을 의지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아닐 때에도 많은 것을 묻고, 수시로 사업 계획서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물었습니다. 그분이 주신 피드백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고민하고 고치기도 했고요.
사실 처음부터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내가 준 자료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라는 의심이 있긴 했어요. 그래도 정부에서 공인된 사람이니까. 애써 모른 척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의심이 사라지기는커녕 커져만 갔습니다. 공들여 전달한 자료는 미팅에 와서야 읽어보는 것 같고, 뒤에 이미 있는 내용들을 피드백이라고 주기 시작했어요. 몇 날 밤을 고민해서 말했던 내용을 다 반영했는데, 그다음은 다시 꼬투리를 잡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멘토링이 사업계획서 피드백에서 다음으로 나아가질 못했습니다. 지금 이걸 하는 게 좋고 누굴 만나보고, 어떤 타겟으로 인터뷰를 해보고 이런 실질적인 피드백이 전혀 없었어요. 그때부턴 만나자는 연락도 잘 받지 않고, 필수 시간만 채웠습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이게 제 첫 정부에서 연결해 준 멘토의 경험이었습니다. 처음만 이런 거 아니냐고요? 그때 한 번 똥 밟은 것 아니냐고요? 정부 돈은 무료니까 정말 많은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을 했고 거기서 연결해 주는 멘토를 거짓말 안 하고 수십 명을 만났는데요. 제대로 저희에게 도움을 주는 멘토를 아직까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에서 연결해 주는 멘토들은 하나 같이 미리 공유한 자료를 보지 않고, 한 시간 동안 피드백을 빙자한 꼬투리 잡기로 시간을 때우고 떠났습니다. 제가 모든 멘토를 만나보지 않았기에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 수십 명이 100%로 그러했습니다. 투자사 대표 명함 들고 다니면서 투자할 것처럼 만들어, 이런 멘토링으로 돈벌이하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투자사에 있으면서 부업으로 심사, 멘토링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할 돈 없고 투자할 권한 없습니다. 물론 멘토는 그렇지만 창업지원단이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교수님들은 조금 달라요. 그분들은 의미 있는 연결, 그리고 진짜로 저희 서비스를 보고 고민하고 주는 피드백이 있거든요.
정말 의심하고 의심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셔야 합니다.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래서 너무 많은 시간과 감정 소모를 했어요. 그 사람들이 주는 피드백을 100% 따르느라 저희의 방향성을 잃었었고, 오락가락하는 피드백에 제 능력 부족 탓을 하느라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어요. 누구든 앞으로 사업을 시작하시면 정부지원사업을 받으실 거고, 거기서 요구하는 필수 멘토링 프로그램을 이수하셔야 할 거예요. 그 사람들 믿지 마시고, 본인이 만나는 고객 그리고 본인이 쌓은 데이터를 믿으세요! 저와 같은 실수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