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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Oct 20. 2023

그럼에도 사업을 놓지 않는 이유

엄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 탓이다.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너무 비겁해 보이고 찌질 해 보인다. 게다가 남 탓은 나의 모든 잘못을 남에게 떠넘길 수 있는 너무나 좋은 면피의 수단이다. 배울 것 없는 실패로 이끄는 가장 좋은 방향이다. 내가 두 번의 큰 실패에도 사업을 놓지 않는, 못하는 이유는 내 인생에서 남 탓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다. 나이가 들고 중요한 일이 생겨도 부모님께 받을 수 있는 것은 없고, 부모님께 드려야 할 것만 많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엄마가 한 시라도 빨리 일을 그만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하지만 월급쟁이로는 불가능하다. 연봉 1억을 기준으로 월에 650을 받는다고 계산했을 때,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인 200만 원씩만 부모님께 드려도 450밖에 남지 않는다. 생활비를 하고 적금을 넣으면 얼마 안 남는다. 서울에 변변한 집을 사는데도 수십 년이 걸릴 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이런 상황이 더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집도 사야 하고, 애들도 부양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괜찮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고 나아질 것 없는 힘든 상황에서 부모님을 원망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내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를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기에 지금의 나를 있게 하기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부모님이지만, 원망하게 될 것이다. 부모님께 받은 것들로 더 편하고 유복하게 사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남 탓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사업을 하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내 탓을 할 수 있게 된다. 끝까지 끝까지 하다가 실패하면 모든 이유는 나로 귀결된다. 부모님은 나를 위해 할 걸 다 했는데,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똑똑하지 못해서 좋은 기회 속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난 더 잘할 수 있는데 부모님 때문에'가 아니라 '부모님은 내 뒷바라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줬는데 내가 못해서'가 된다.


어느 순간부터 무거운 가방을 메고 경사진 내리막길을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빨리 내려가서 무릎도 아프고 발도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멈추면 더 크게 다친다. 그래서 멈출 수 없다. 평지가 나와서 내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진 최선을 다해 속도에 맞춰 뛰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돈이 주는 가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내게 가르쳐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엄마를 생각하며 사업을 놓지 않을 것이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낭떠러지 앞에 다다라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내릴 것이고, 벽을 마주해도 벽이 아니라 믿고 몇 달을 벽에 몸을 부딪힐 것이다. 나는 그 벽 뒤에 비밀의 방이, 9와 4분의 3 승강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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