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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Oct 29. 2023

도파민에 굴복당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하는 방법

하이 리스크 하이 도파민

삶이 풍족해지고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것을 찾으면서 세상은 도파민 전성시대가 되었다. 먹을 것부터 볼 것, 핫플 등 크고 화려한 것 자극적인 것들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고, 특히 최근 더 많은 도파민을 추구하던 사람들의 마지막 종착역인 마약에 대한 스캔들이 터지면서 결국 많이 가지는 것의 말로는 저런 모습일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UFC 페더급 챔피언 볼카노프스키가 라이트급 챔피언인 마카체프에게 패하면서 했던 인터뷰를 인상 깊게 봤다. 그는 패배 이후 본인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화목한 가정, 풍족한 돈을 가졌지만, 한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좀 쉬겠다고 좀 쉬면서 자신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돌연 태도를 바꿔 내년 1월에 페더급 챔피언 방어전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으며, 헤비급 타이틀 전이 존 존스의 부상으로 취소되자 본인이 대신 들어가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 (페더급과 헤비급은 평균적으로 2배 이상의 몸무게 차이가 난다.) 목표를 정해놓고 달려갈 때 나오는 도파민이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업을 선택한 사람들도 비슷한 현상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고,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끝없는 기념일(마일스톤)을 만들어 달려가고자 하는 현상. 나도 그랬다. 사업을 시작하고 2년간은 제대로 된 휴일이라는 것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명절에 집에를 가도, 친구들과 놀러 가도 늘 무언가 처리할 것들을 가지고 다녔으며 사업에 대한 생각과 함께했다. 딱히 유난을 떨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대표로서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했다. 제대로 사업이 돌아가질 않는데 쉬다니..! 그러다 보니 견딜 수 없었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념일을 계속 만들었다. 00 사업 지원 서류 마감일, 00 사업 서류 심사 발표일, 앱 서비스 업데이트 예정일... 기념일은 많고 잦을수록 좋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기념일을 목표로 달려갈 수 있었고, 결과를 기다리며 성과를 상상할 수 있었다. 점도 봤다. 몇 달을 더 버티면 내가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지, 몇 달 안에 계약이 가능할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고 맞지도 않는 날짜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겁게 버텨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없었다. 목표를 두고 그 목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삶은 안에서부터 나를 갉아먹었다. 내가 조종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바라고 최선을 다하는 삶은 내가 바라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런 충격이 쌓여서 정신적으로 병들기 시작했다. 매달 20일만 되면 잠에 들지 못했다. 월급이 말일이었기 때문이다. 23년 피봇을 한 뒤 9개월 간은 20일 이후에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자 모든 걸 체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답은 '큰 걸 바라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저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있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은 잊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원래는 계약에 대한 미팅을 진행하고, 미팅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면 그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에 성사를 확정할 더 많은 방법들, 성사된 이후에 할 일들에 대해 집착하고 행동했다. 당연히 플랜 B, 플랜 C는 염두에도 없었다. 더 많이 시간을 쓰고 신경을 쓰면 무조건 계약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대부분이 내가 상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에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계약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10월 달부터는 그 어떤 계약도 돈이 통장에 꽂히기 전까지 (심지어 도장이 찍혔다 해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계약들을 찾아 나섰다. 결정이 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 시작했다. 오랜 경험상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해도 안될 일은 안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발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의 증가는 돈이 꽂히는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대부분은 '그저 사업을 하기 위해' 시작하지 않을 테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지만 멀리, 오래, 제대로 하려면 '그저' 사업을 하면서 기약 없이 찾아온 성과들에 감사하며 나아가야 하는 것 같다. 삶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여의도 불꽃축제가 아니고,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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