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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X, 징동의 은밀한 물류연구소-2


1편을 쓰고 나서 일주일 안에 2편을 완성하며 X사업부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귀찮아서 안 쓰고 있었는데, 어쩐지 문득 오늘 안 쓰면 영원히 쓰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꾸역꾸역 노트북을 켰다. '아직까진 그래도 이 정도 의지가 있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된다. 


전편에 이어서 본격적으로 X사업부에선 대체 뭘 하시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바이두에 '징동X사업부(京东X事业部)'로 검색해보니 홈페이지(http://x.jdwl.com/)가 나왔다. 우왕ㅋ굳ㅋ


사진은 징동X사업부 홈페이지 메인 캡처한 것. 징동의 콘셉트 칼라인 빨간색이 곳곳에 보인다.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내 신발이 생각났다. 징동과 나이키가 콜라보 한다면 이런 콘셉트일 듯?  

(존예)


징동X사업부의 주력 연구분야는 무인기(无人机), 무인창고(无人仓), 무인차(无人车), 무인슈퍼마켓(无人超市) 크게 네 가지다. 1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징동이 개발하는 로봇의 기본 컨셉은 '무인화'를 지향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어로 무인기(无人机)는 큰 의미에서 '무인 항공기'를 가리키는데, 상황에 따라 드론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드론은 무인으로 움직이고, 하늘을 나는 기계니까 큰 맥락에선 무인기에 해당되는 것이 맞기도 하고)  


드론은 4가지 분야 중 징동이 가장 꾸준하고, 강력하게 밀고 있는 분야다. 2015년 배송용 드론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작년 중국 샨시성(陕西)과 합작해 무인 시스템 센터를 만들었다. 모델명 Y1, Y2, Y3 등을 포함해 6 종류의 드론이 개발됐고, 시범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해당 모델들의 무게는 대략 10~20kg, 비행시간은 40분, 비행거리는 20km 정도로, 전형적인 라스트마일용 배송 드론이다. 


드론 배송은 크게 두 가지 방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한다. 대도시에서 하늘로 배송하면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다는 것과 농촌처럼 배송지 간의 거리가 멀어서 사람이 배송하는 것이 매우 힘든 경우 효과적이라는 것.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까지는 다소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초대도시의 경우, 고층 건물이 많고, 드론 배송 수령 인프라 부족, 도난의 우려가 있다. 날라다니는 것이니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 관련 정책 수립도 아직 부족해서 드론 배송 시범 구역을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관련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거기에 아직 미국이나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훨 저렴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드론 배송이 투입되긴 어려울 듯도.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든, 알리바바가 안 하니까(마윈을 비롯한 알리바바 물류 관련 담당자들은 공식석상에서 무인기 분야에 크게 집중하지 않겠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음) 왠지 모르게 더 집착하는 것이든 여튼 징동은 앞으로도 계속 무인기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징동의 무인기는 이전보다 더 크고, 더 오래 날고,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게 제작될 것이다. 라스트마일용 배송 드론을 넘어 지선, 간선 운송에도 무인기를 도입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6월 리우창동 CEO가 드론이라고 하기엔 크고 그렇다고 항공기라고 하기엔 조금 작은, 배송용 무인 항공기를 연구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우창동 웨이보를 통해 공개된 무인기 사진. 해당 무인기의 이름은 징홍(京鸿; JDY800)으로, 날개폭 10.12m, 전체 길이 7.01m, 기체높이 2.635m, 순항고도는 3000m, 상승한도는 5000m라고 한다. 적재중량은 1~5톤, 비행거리 1000km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위 사진과 함께 리우창동은 해당 포스팅에 "1년 내로 적재량 40~60톤, 6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초(超) 중형 무인기를 개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저 문장 안의 모든 숫자들이 과장됐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 현재 중국에서 탑이라는 무인 배송기는 순펑(顺丰;S.F.express)의 AT200으로, AT200의 적재 무게는 1.5톤, 비행거리는 2183km 정도다. 군용 항공기랑 비교했을 때도 너무 과장된 숫자가 아니냐는 평가다. 

댓글을 보니 대략 사진과 같은 반응,, 기억에 남는 댓글로는 "징동이 저런 무인기 개발할 수 있으면 중국 공군이 머하러 대형 비행기를 개발하냐? 걍 징동에서 주문해서 택배로 받음 되겠네ㅇㅇ"이 있었다. 


이런 조롱들을 의식한 것인지 혹은 원래 계획이었던지, 징동은 지난달엔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计划) 전문가로 선정된 리샤오광(李小光)을 징동 무인기 수석 과학자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발전 전략에 부합하는 해외 인재 유치사업이다.  


이력을 보니 리샤오광은 보잉기(보잉 737-800, 보잉 747-8, 보잉 787-9) 설계 연구개발에 참여했고, 대형 항공기를 만드는 중국상비(中国商飞)에서도 상용 대형기(C919, ARJ21)의 연구개발 업무에 참여했던 리얼 항공 분야 전문가다. 본격 항공기 규모의 무인기를 만드는 것은 드론과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리얼 항공기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다. 


대대적으로 리샤오광 영입을 발표하면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징동. 세상의 모든 회사가 그렇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은 크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법이라서 아직까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상장한 제약사가 가짜로 광견병 백신을 만들어 팔다가 걸리기도 하는 중국에서(사실 중국이 아니더라도 뭐,,), 이젠 진정성이 뭔지 잘 모르겠다. 대체 누굴 믿냐 말이지? 


아니 뭔 드론 얘기만 했는데, 시간이 후다닥 흘러버렸다.  


여튼 이 외에도 X사업부의 홈페이지엔 무인창고(无人仓)에서 사용될 자동 분류기, 지게차, AGV, 로봇팔 등도 볼 수 있다. 사진을 클릭하면 모델과 관련한 간단한 소개를 볼 수 있다. 3D비전시스템(3D视觉系统), QR코드 혹은 관성네비게이션(惯性导航) 등등 이런저런 기술이 쓰였다. 

다양한 로봇과 자동화 설비들이 X사업부의 이름으로 탄생했지만, 몇몇 모델 설명에 '자체 연구개발'하였다는 수식어가 굳이 붙어있는 걸로 보면, 1부터 100까지 모든 것을 징동 혼자서 한 것은 아닐 듯(선택과 집중?) 


최근에 특히 적극적인 건 무인슈퍼마켓(无人超市) 부문인데, 사실 아마존고가 크게 히트를 친 시점보다는 꽤나 늦어진 것이라 크게 새로운 느낌은 아니다. 징동의 무인 슈퍼마켓은 '징동X무인슈퍼마켓(京东X无人超市)'이라는 이름으로 작년 5월 베이징의 첫 매장을 열었고, 현재 중국 전역에 20곳 정도가 있다. 징동은 올해 안으로 징동X무인슈퍼마켓을 100개, 내년까진 5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재밌는 점은, 바로 어제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해 징동X무인슈퍼마켓 PIK점도 냈다는 것이다. 왜지? 징동이 동남아 네트워크를 확장할 때 가장 먼저 진출한 나라가 인도네시아(2015)여서 그런가? 여하튼 냈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이제 너무나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정말 X사업부는 징동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로 징동 그룹의 부총재인 샤오쥔(肖军)이 X사업부의 총재를 겸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징동이 물류를 중요시한다는 건 맞는 것 같다. R&D 관련 비용도 많이 늘려가고 있기도 하고.   

(단위: 억 위안, 출처: http://tech.sina.com.cn/i/2018-07-18/doc-ihfnsvza3944335.shtml)


연구 부문인만큼 X사업부 인력 역시 대부분 명문대(칭화, 베이항 등 대학) 석박사 출신이 많다. 현재 100여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30% 이상이 박사, 50% 이상이 석사 연구원으로 이뤄져 있고 교수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샤오쥔이 인재 영입에 관해 "급여가 흡입력이 있지 않지만, 자신이 연구한 것을 빠르게 현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재를 대거 모집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보아선 진짜 돈을 많이 주는 것 같지는 않은 듯.(어디에나 있는 열정ㅍㅔ이)  


참고로 X사업부는 재밌는 대외활동을 하기도 한다. 징동 시리즈에 사용된 메인사진이 그에 관한 것인데, 바로 징동 X사업부가 올해 주최하는 로봇대회인 'JRC2018'(2018 JD Robotics Challenge)의 포스터다. 


JRC는 작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 두 번째 열리는 대회로, 올해 주제는 '슈퍼마켓 쇼핑'이다.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미션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데, 대충 보니 로봇이 슈퍼마켓의 선반에서 원하는 물건을 골라 집고, 해당 물건을 종착지까지 옮겨야 한다. 어쩐지 '아마존 피킹 챌린지'가 생각난다. 오, 상금을 보니 1등 상금이 무려 50만 위안(8000만 원)이다. 통이 큰 징동이었군. 현장에 가보고 싶지만 한궈 쩌리인 나는 갈 수 없다. 나중에 영상으로라도 공개해주면 안 되나? 흠


재밌을 것 같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예상대로 재밌었다. 물론 이 글을 기점으로 한동안 X사업부가 궁금할 일은 없을 것 같다,,,,분량 조절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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