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둬 싸게! 둬 많이! 핀둬둬에서 사고 파는 이야기

주의! 분량 조절 大실패!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한 ‘페킹 익스프레스 888’ 프로젝트. 야심차게 프롤로그까지 썼던만큼 우리의 게으름도 야심차서 어느새 한 달이나 지나버렸다. 페킹님이 글을 안 올렸으면 사실상 언제까지 미뤄놓고 있었을 지 상상도 안된다. 수고한 페킹님께 칼퇴의 축복을!


사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페킹님이 앞 글에서 썼듯 정처없이 떠나는 888열차의 첫 정거장은 핀둬둬(拼多多, pinduoduo)다. 이유 역시 나와 있으니 생략. 다만 혹시나 뭔가를 기대하고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진지하게 경고 하나를 하자면, 이 글엔 ‘우왕’할 것도, 인사이트도 없다. 본인은 이커머스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개 부초에다 이 글을 쓰면서 핀둬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에 여기 저기 떠도는 것들을 얼기설기 끼워 맞췄을 뿐이다. 


왜 성공했지? 


핀둬둬는 기본적으로 ‘싼 가격의 인기상품’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전략은 상당히 먹혀들어갔다. 더 이상 굴러온 돌이 자리잡기 힘들 것 같았던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3년 만에 3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나스닥에까지 상장했다.(기염 토토) 


물론, 상장 하자마자 ‘가짜상품’ 이슈가 터진 이후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발표된 2분기 핀둬둬 재무보고를 보면, 영업수익, GMV(거래액), 활성소비자, MAU(Monthly Active Users), 1인당 평균 구매액 모두 작년보다 대폭 늘었다. 심지어 GMV는 징동을 넘어섬. 우왕ㅋ굳ㅋ


또 다시 물론, 세상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핀둬둬랑 비슷한 모델로 자주 함께 언급급되는 미국 그루폰(Groupon)처럼, 급속 추락할 수도 있겠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그루폰, 주가가 80%까지 떨어지고, 매물 신세가 될지 누가 설마 감히 알았겠냐구?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ㅋㅋ


하지만 아직까지 핀둬둬에게 그루폰 정도의 시련은 온 것 같지 않다. 누구 말마따나 지금은 ‘핀둬둬를 싫어할 순 있지만, 무시할 순 없는’ 시기라는 말이올시다. 그래서 이 글에선 가짜상품에 대한 문제와 그에 대해 핀둬둬가 내놓는 대응책 등은 잠시 미뤄두고자 한다.(그거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고, 귀찮으니까)


핀둬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위에서 썼다. 다만, 내가 궁금했던 건 ‘대체 어떻게 했길래 성공했지?’였고, 그에 대한 국내 기사나 글에 있던 이유,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먹혀서 성공했다’라는 식의 단순한 설명은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일단 핀둬둬가 생기기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은 분명히 있었지만, 핀둬둬만큼 성과를 낸 업체는 없었다. 또한, 핀둬둬의 모델 자체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면 고인물들(알리바바와 징동)이 핀둬둬 성공을 의식하며 부랴부랴 내놓은 비슷한 서비스들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밖에 없다. 


타오바오 앱을 쓰지 않는 나는 몰랐는데, 페킹님이 친절하게도 요새 타오바오가 얼마나 소셜 인터랙션에 목숨을 걸고 있는지 알려줬다. 앱 내에서 친구에게 바로 구매 정보를 알려주거나 친구가 상품 링크를 보내면 앱 내 팝업을 뜨게 하는 등의 '정보(링크) 공유'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직 이런 노력의 결과가 숫자로 반영되기엔 조금 이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거래규모나 수익성 면에서 '가성비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알리바바와 징동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빵빵한 종합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됐다. 이들에게 소셜네트워크 공동구매라는 유통전략은 부가적인 수단이지, 결코 주 서비스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알리바바와 징동 모두 객단가를 올리려고 노오력(특히 타오바오는 저가 이미지 벗으려고 브랜드 셀러나 특별한만큼 더 비싼 상품(ex. 디자이너 제품)들을 노출)하면서 탈(脫)저가를 꿈꾸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BM 덕이라면, 그루폰은 저렇게까지 폭망하지 않았어야 했다. 또 카카오의 ‘소문내면 할인’도 빵 터졌어야 했다. 모든 잠잠한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으려나~~~~~? 하하 넝담~

 

그니까 결국은 차라리 핀둬둬의 비즈니스 모델(저렴한 가격의 인기제품+SNS 공동구매)의 ‘운영 방식’이 ‘현 시점의 중국 시장’에서 먹혔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뭐랄까, 핀둬둬의 성공 이유를 찾아 여기저기 뒤적거리는 와중에 나는 ‘BTS가 이미 성공한 이후에 BTS가 성공한 이유를 찾는 느낌’이 들어 상당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마치 마시멜로우 같은 느낌이라는 말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대체 마시멜로우 같은 느낌이 뭐란 말인가?


어쨌든 저 의문을 풀어줄 글을 찾긴 해야 하니 나는 어느새 즐후(知乎)까지 찾아 들어가게 됐고, 핀둬둬와 관련된 질문을 발견하게 됐다(좀 오래됐지만). ‘핀둬둬 앱이 어떻게 이윤을 내죠?’라는 질문이었는데, 핑웨스트(品玩, Pingwest; 중국 IT매체) 공공계정부터 개인 경험담이 실린 답변까지 나름대로 다양하고 생생한 답변들이 있어서 그걸 위주로 번역, 정리해봤다.(성공 이유 찾기는 미궁 속으로…)


사실 왠만하면 즐후 안 보려고 했는데, 문득 내가 뭐 권위 있는 글 쓰는 것도 아니고+감히 즐후를 너무 (지금의) ‘네이버 지식인’ 정도로 취급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의 의미로 즐후에 가입도 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보자(이제서야!). 핀둬둬를 둘러싼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더 싸게, 싸게싸게 움직이는 사람들


모든 소비자는 가성비를 따진다. 가성비의 기준이 각각 다른 것뿐이지 억만장자라도 자기 기준에서 가성비를 따질 것이다. 단순 예시로, 여름 내내 까만 티셔츠만 입고 다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좋은 가성비는 2만원으로 까만 티셔츠 3장을 사는 것이다. 다른 만약은 제쳐두고 내가 입는다는 가정 하에선 2만원에 아주 예쁜 블라우스 5장을 준다고 해도 사지 않을 것이다.


핀둬둬가 염두에 둔 가성비는 3위안(한화 약 500원)의 핸드폰케이스나 44위안(한화 약 7000원)의 겨울용 다운점퍼만큼의 가격과 품질이었다. 지방 3, 4선 도시에 거주하면서 소득이 비교적 낮은 이들이 이 가성비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페킹님의 말대로, 1인당 평균 구매액이 알리바바의 6분의 1, 징동의 겨우 10분의 1 정도인 사람들이자 ‘절약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상품을 더 싸게 사기 위해 가족, 친구를 넘어 오로지 할인만을 위해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방에 모이는 수고를 감수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여기서의 SNS 수단은 웨이신(微信, WeChat)이다. 핀둬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저렴한 상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상품 정보 공유다. 다행히도 핀둬둬와 텐센트(웨이신 운영사)는 좋은 관계를 이어왔고(텐센트가 2016년 핀둬둬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 텐센트의 비호 아래 핀둬둬 상품 링크는 웨이신에서 특별한 제제없이 널리 퍼질 수 있었다. 


지난 5월 텐센트는 웨이신 내의 과도한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사용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펑요췐(朋友圈위챗 모멘트;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한 기능) 내에서 특정마크가 있는 코드의 업로드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제껏 핀둬둬와 관련한 제제는 없었다.


승부는 박리다매로, 핀둬둬 셀러들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있기 마련. 핀둬둬 이용자들의 수요를 만족시켜줄 공급자도 있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가져와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 진리이자 도리인 유통시장에서 기꺼이 500원짜리 속옷 한 장을 파는, 거기에 ‘무료배송(!)’ 비용까지 떠안으며 핀둬둬에 입점한 셀러들이 그들이다. 


핀둬둬에 입점한 셀러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로 상품을 판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더라도 위에 있는 예시처럼 물건이 싸도 너무 싸니까 ‘과연 셀러가 돈을 남기기는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사실 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싼 가격에 노출되는 상품들은 유입량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引流款)’이다. 당연히 미끼상품으로 엄청난 이익을 거둘 생각은 아니므로, 셀러들은 아주 작은 이윤을 보거나 아주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다만 이때에도 약간의 잔꾀를 부리는 경우가 있는데, 가령 의류라고 하면 사이즈를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사진처럼 같은 제품이라도 2XL 한 사이즈만 팔 때는 19.7위안이지만, 모든 사이즈가 다 있는 페이지에서의 상품가격은 28.6위안이다. 속은 기분이 든 고객은 바로 그 페이지를 나갈 수도 있지만, 미끼상품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가격이 무지 비싼 것들이 아니므로 다른 상품을 둘러볼 수도 있다. 일단 자신의 상점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실제로 핀둬둬에 올라온 모든 상품이 원가보다 훨씬 저렴한 것은 아니라는 증언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끼로 소비자를 잘 낚아서 다른 상품을 구매하게 했다고 쳐도, 난관은 또 있다. 박리다매를 하려면 판매자가 당연히 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핀둬둬는 기본적으로 ‘무료 배송’이 원칙이다.(이것도 고객 유입이 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온라인 쇼핑할 때 배송비 아까워서 무료 배송 가격 맞춰서 주문해본 적 한번쯤 있지 않나?


배송비까지 셀러가 내는 상황에서 택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역시 물량이다. 핑완 측에 따르면, 핀둬둬 셀러들의 택배비는 주문 한 건당 2~3위안(홍콩, 마카오, 대만, 티베트 제외, 3kg 이내)인데, 이 가격을 맞추려면 하루 택배 발송량이 최소 3000건이어야 한다. 


그런데 온라인 셀러에게 재고는 곧 리스크=비용(돈)이다. 기본적으로 규모가 작은 셀러에게 그만한 자금이 있을리가. 거기에 아무리 수요가 많더라도, 한 셀러가 매일 3000건의 주문을 받기란 정말 어렵다. 그 주문을 소화할 수 있으려면 더 많은 재고비용(자본)과 인력,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이는 다시 자금의 문제로 돌아간다. 


신입사원의 뫼비우스의 띠 만큼이나 돌고 돌아버리는 것이다.


결극, 핀둬둬의 셀러들은 다른 플랫폼의 일반적인 셀러라기보다 제품 생산공장과 합작을 맺은 ‘판매 대리상’들이다. 공장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상품 소개나 사진 등)를 받아 그것을 자신의 핀둬둬 페이지에 업데이트하고, 약간의 수수료를 붙여 판다. 이들은 재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의 주문 정보를 공장에 넘기고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발송하면 된다. 


하지만 판매 대리상이 해야 하는 일도 있다. 바로 핀둬둬 플랫폼에서 하는 마케팅 활동들이다. 이 방면에서도 핀둬둬는 유리한데, 다른 플랫폼보다 셀러의 마케팅 지출 비용도 비교적 적다.  


이미 고인 셀러들로 인해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타오바오 플랫폼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다. 자연히 온라인 셀러들이 늘리는 것은 마케팅 비용이 됐다. 타오바오에서 박리다매가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다. 비싼 광고비, 이벤트 참여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고객 유입 자체가 안되는데 박리다매? 그야말로 띠용인 것이다. 

가령, 셀러들이 많이 사용하는 얌시로 솨단(刷单허위로 상품을 구매하고 상품평도 조작해 판매량과 셀러 등급을 높이는 행위)이 있다. 타오바오의 솨단은 개당 최소 7위안부터 시작인데, 핀둬둬는 개당 4~4.5위안 정도다. 이런 상황이니 셀러 입장에선 "타오바오 박리다매는 야메로! 모 야메룽다!"라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저가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셀러의 궁금증은 조금 풀렸는데, 그러면 생산공장은? 저 가격에 팔아도 정말 남는다는 것인가? 


즐후에 이에 대한 설명이 몇 가지 나와 있었다. 전형적인 방법을 먼저 소개하자면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것 자체가 유통과정을 줄이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일정 부문 비용 절감이 된다. 여기에 최근의 셀러들은 한 번에 하나의 상품을 많이 만들지 않고, 같은 품목이라도 여러 스타일의 상품을 비교적 적게 만들어서 시장의 반응을 살핀 뒤에 인기있는 품목을 집중 생산한다.


당연히 이 방법만으론 부족하다. 제조 단계에서도 원가가 낮아져야 한다.(가짜 상품이 나온 이유도 이 대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마침 핑웨스트에서도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상품 판매자(공장 포함)가 이미 여러 해 동안 재고를 보유한 경우. 이 경우엔 말 그대로 ‘재고떨이’에 의의를 두고 원가=판매가 혹은 아주아주 작은 이윤을 붙여 판매하게 된다. 


둘째, 공장이 패션이나 의류 OEM 생산을 한다면, 생산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다시 가공해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 때엔 재료에 대한 비용이 들지 않고, 원가는 인건비와 공정비용만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 경우엔 대량 생산을 하기 힘들다. 


셋째, 부분적인 문제가 있는 원단이나 생산했지만 질이 떨어져 납품되지 못한 원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공짜는 아니지만, 이 경우는 마치 폐지를 주워 파는 것처럼 무게 기준으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보다 아주아주 싸게 원단을 구할 수 있다. 두번째 경우보다 상품 생산량도 더 많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모든 생산공장이 그럴진 모르겠지만, 의류 포함 패션상품의 경우에는 공장 설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저렴한 가내수공업(대표적으로 노인 노동력)을 활용해 인건비를 낮추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불량품 관리 등 전체적인 공정 관리가 느슨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굳이 짝퉁이 아니더라도 상품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왕 쓰는 거 첫 글에서 핀둬둬 재무보고 나온 거까지 보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졌고, 너무 힘들다… 더 이상 쓸 수도 고칠 수도 ㅇ없다…… 


다음편ㅇ ㅔ 계속


출처: https://www.zhihu.com/question/35685183?_t_t_t=0.705221856944263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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