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꽁기함
추석 당일이라 고속도로에 차가 많았다. 요양원 근처에도 주차된 차가 많았고, 방문객도 많았다.
우리 할매도 방문객을 맞았다. 할매의 며느리들과 이모부가 찾아왔다(내겐 외숙모들과 이모부). 나와 친척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도착했는데, 마침 할매는 점심을 먹으러 가서 우리끼리 먼저 으레 명절 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나는 조금 불편했다. 나는 친척들과 별로 친하지 않았고, 어른들에게 살가운 성격도 아니기 때문이다.
삼십 분 정도 지나니 할매가 돌아왔다. 며느리들과 이모부를 본 할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할매의 자식이 많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웃기게도 오늘 찾아온 것은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 며느리와 사위였지만. 할매는 아들과 딸을 찾았지만, 나는 어쩌면 며느리들이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할 때 할머니를 모시고 뒷바라지 한 사람들은 며늘이들이었으니까(이 대목에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물론 하진 못했다).
어쨌든 할매는 즐거워했다. 외숙모들은 약간의 명절 음식(튀김, 호박식혜, 고구마?)과 무화과를 싸 왔는데, 보통 소식하는 할매도 이것저것 꽤나 잘 자셨다. 할매가 무화과를 되게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쩐지 미안해졌다. 나도 사 올 수 있던 건데, 무화과 정도는. 서스름없이 할매에게 음식과 과일을 먹이는 외숙모들을 보면서 또 뻘쭘해졌다.
방문객들은 오래 머물진 않았는데 대략 1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할매도 머지않아 잠이 들었다. 중간에 깨지도 않고 잘 잤다. 할매가 깨기 전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