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헛한 마음에 뭐라도 채우고 싶었다. 아주아주 단 디저트도, 아주아주 매운 음식들도 더 이상 허기를 채워주지 못했다. 몸은 어제와 다르게 쉐입이 바뀌어 갔고, 마음은 자연재해를 겪은 후의 땅처럼 아슬아슬했다.
의미 없는 정보들을 마구 잡아먹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들은 취향을 알 수 없는 활자들이 가득했다. 그러다 마주한 어떠한 게시물. 무료 강의 신청. 한때 좋아했고 배우고 싶던 미술사였다. 당장 신청하고 싶었으나 일회성이 아닌 매주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의라는 사실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신청하면 바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추첨을 통해 참여자로 선정이 되어야 했다. 될 확률도 모르면서 그렇게 하루, 이틀 고민하는 시기가 길어졌고 어느새 신청 마감날.
홈페이지를 열었다. 간단히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됐다. 이름, 주소를 입력하고 신청 버튼 앞에서, 그러나 앞선 고민이 무용하게도 아무렇지 않은 듯 단 번에 눌렀다. 안되면 말고, 된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참여자 선정 발표날,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와 만나 카페에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그 와중에도 날짜를 공지와 여러 번 확인하며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후 12시, 오후 3시, 시간이 늦어지고 결국 안 됐나 싶어 그러려니 아쉬운 채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오후 5시, 저녁을 먹기 위해 한 샐러드 가게에서 싱그러운 채소들을 먹으며 아쉬움도 다 비워가고 있었다.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미술관에서 온 문자였다.
"이번 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예상하기도, 예상하지 못하기도 한, 혼란의 기쁨과 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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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1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다. 현대미술의 기본과 추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를 포함한 여러 명의 신청자들의 귀에 쏙쏙 안착했다. 읽을 수 있는 요소가 없는, 어쩌면 불친절한 그림이라고 추상을 설명했다. 극적인 이야기도, 박장대소할 재미도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조는 이 하나 없이, 나는 노트에, 옆 사람은 휴대폰에, 저기 앞사람은 태블릿에 열심히 서로 다른 지점에서 또는 같은 지점에서 쓰는 행위를 했다.
1시간 30분은 헤아릴 수 없는 속도로 지나갔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 기쁜 듯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찾은 쾌락은 두 개의 종류임을 알게 되었다.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이도 은은하게 기쁜, 질적인 쾌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