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불쑥

by 이안


집에서 아주 멀리 떠나왔을 때

집에 있어야 할 시간에 밖에 있을 때

요즘은 그런 시간들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TV를 볼 때

겨우 집중해서 과제를 하고 있을 때

그런 상황은 만나고 싶지 않아 졌다


네가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꼭 만화에서만 보던 형체처럼

흐릿한 모습으로 아른거린다


한 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아물지 않아

울어도 해결되지 않다는 것도,

이젠 잘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면서

좀처럼 시작되지 않는 몸과 마음이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 공허한 물음만 되뇌어

그래서 계속 쓰려고,

뭐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너를 만났던 유일한 행복을 가졌던 사람으로

그래도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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