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 관찰

by 이안


퇴근 후 서둘러 집에 가고 있었다. 비가 한 번 오고 나서 선선해진 날씨에 거리는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걸으면 틈이 없는 인도에서 집에 가 편히 쉬기만을 바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저 멀리 할아버지와 어린아이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의 키는 아이의 3배는 되어 보였고, 아이는 매우 작은, 할아버지가 허리를 숙여야 손이 잡히는 조그마한 아이였다. 그들이 앞에 있었기에 나는 왠지 앞지르기 싫어 속도를 늦추었다. 가만히 발맞추어 걷다 보니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오르막길!" 아이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말했다.

"아니지, 내리막길이지" 그러자 할아버지는 틀린 말을 정정해 주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오르막길이라고 우기듯 대답했고, 듣다 못한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한 소리 했다.

"ㅇㅇ이 바보야? 내려가는 건 내리막길"

아이는 할아버지의 말에도 웃으며 끝까지 오르막길이라 주장했다.


인도가 끝나고 한 아파트 입구가 나왔다. 거리는 넓어졌고, 나는 그들을 앞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앞에는 신호등이 있어, 나란히 서서 그들의 대화 소리를 또 듣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어떤 불에 건너야 하는지 같은 안전 수칙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빨간 불이지? 파란 불에 건너야 하는 거야"

그러자 아이는 예상 못한 대답으로 발걸음을 서두르게 했다.

"할아버지 바보야? 파란 불 아니고 초록 불이지~"

어린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파란 불과 초록 불의 같음, 순수하게 배운 대로 반격하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터져 나온 웃음을 감추려 나는 빠르게 그들을 앞질렀다.

이전 12화0012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