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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걷다 우연히 횟집 앞을 지나쳤다.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수조에서 배어 나온 짠 내가 얼굴에 확 끼얹어졌다. 그 냄새가 신호탄이라도 된 듯, 머릿속엔 단 하나의 문장만 남았다.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어스름한 새벽, 공기는 차갑고도 고독했다. 낮 동안 나를 에워싸고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도, 환하게 불을 밝히던 가게들도 전부 자취를 감춘 시간. 까만 하늘과 까만 아스팔트 사이, 홀로 뚱뚱해진 배낭을 멘 채 서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 아무도 깨지 않은 세상이 보고 싶었다.
고속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없는 공간이다. 창문 하나 없이 하얀 벽과 눈부신 조명만이 가득해, 지금이 대낮인지 깊은 새벽인지 알 길이 없다.
매일 학교에 가기 위해 습관처럼 몸을 싣던 지하철. 빼곡한 좌석과 드문드문 서 있는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서로를 완벽한 타인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건조하면서도 편리한 그 특유의 공기 속에서, 나 역시 무표정하게 휴대폰 화면을 쓸어내렸다.
그때, 늘 내리던 학교 앞 지하철역의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일어서려던 찰나, 문득 깨달았다.
오늘은 내리지 않아도 되었다.
마치 다정한 위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