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사랑하는 모든 예비 기획자에게.
2018년 1년간 교환학생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맞이한 대학교 3학년. 정말 사망년이었다.
단순히 여유로웠던 일상이 끝나고 한국의 치열한 학점 전쟁을 치렀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뭘 할지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나는 실용음악과의 음향 전공생이다. 레코딩과 사운드 디자인을 공부하며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은 오스트리아에서 경영수업을 듣고 3학년이 되니 본 전공의 전문성은 떨어지는 사람이 되었고, 어정쩡한 경영학도가 되기에도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 광고에 뜬 공연기획 스터디 모집 안내.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면 스트레스가 다 풀리던 나이기에 솔깃했다. 솔직히 말하면 공연을 좋아하는 것보다 중학생 때부터 어느 분야든 스탭이 되는 것을 좋아했기에 더더욱 솔깃했다.
스터디에 모인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심한(?) 가수 덕후, 공연 덕후였다. 음악 관련 전공자는 나밖에 없었음에도 다들 나보다 훨씬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 공연을 좋아하고 많은 페스티벌의 자원활동가로 활동한 화려한 경력들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음악 관련 전공자인 나에 비해 공연계로 입성하는 진입장벽이 높았을 거라 예상되는데도 꾸준히 본인이 할 수 있는 공연 관련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신기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이 스터디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공연 스터디는 경제적인 지원이 없어 기획과 연출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엔 무리였다. 그리고 공연기획자로 살아가며 오랫동안 일해온 전문가의 강의를 들을 때도 공연업계가 참조할 만한 다양한 레퍼런스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만큼 공연기획의 체계적인 시스템, 참조할만한 팁, 업계 선례 등의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초보 기획자이지만 나와 함께 공연을 꾸려갈 동료들과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당신만 어떻게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함께 대한민국의 공연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10월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폰서 업체를 찾아다니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다. 1인 기획자로 행사를 준비하며 분석 실패, 협찬 업체 선정 실수 등으로 많은 협찬 유치 실패가 있었다. 너무나도 갑갑한 마음에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로 일하며 사무국장님께 대구단편영화제에서는 협찬업체를 어떻게 구했냐고 물었다. 국장님은 "저희가 아주 빽빽이 기획서를 써서 대구의 많은 업체들을 직접 찾아갔어요. 그중에서 몇 개 업체는 이번 연도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가능할 수도 있어요. 저희도 거절 많이 당했고 어려운 일이더라고요."라고 대답하셨다. 모든 공연 및 행사의 과정은 비슷하다. 어떤 큰 행사라고 발품 파는 일이 없는 것이 아니고 작은 행사라고 후원사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예비 기획자로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공연기획에 입문하고 그것을 자신의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하는 방식이 공연업계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 방식일 수도 있고, 가끔은 아무 이득을 가져오지 못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과 하지 못한 사람은 그다음에 나아가는 발걸음이 다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연기획자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동료가 꾸준히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