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Sep 22. 2019

가장 이상적인 기획?
내 생각대로 되는 것.

제 1회 부산 뮤지션 필요충분파티

아직 대학생인 나는 미디어 컨텐츠 기획이라는 수업을 듣는다. 수업때마다 간단한 과제를 잘 내주곤 하시는 교수님이 첫 과제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디어 컨텐츠 기획이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오라고 하셨다.


이때 한창 '제 1회 부산 뮤지션 필요충분파티'라는 것을 기획하고 진해하던 나는, 미디어 컨텐츠보다 '기획'이란 단어에 꽂혔다. '이상적인 기획은 내 생각과 뜻대로 진행되는게 이상적이겠지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기획되로 잘 되기도 힘들고 그 기획을 풀어가기가 쉽진 않다는 것이다.


한창 행사를 기획하는 중이라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기획해서 진행했던 'Chord Name GM7'라는 공연은 취미로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는 지인밴드를 섭외하여 진행했었다. 그래서 공연 40석을 다 매진했지만 모든 관객이 어디선가는 얼굴을 본듯한 지인파티의 현장이었다. 지인파티는 내가 일반 관객보다는 덜 신경을 써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내 지인들이니 나의 실수, 부족함에도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는 것이다.

제이젝트랩 첫 기획공연 'Chord Name GM7'



그러나 현재 내가 진행중인 '제 1회 부산 뮤지션 필요충분파티'의 책임감은 그때에 비하면 만배는 커져있다.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통기타 하나로 혼자 집에서 음악을 만들수도 있지만,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 음악, 영상, 사진 등을 무기로 가지고 나오는 많은 아티스트를 본다면 비디오 크리에이터, 포토그래퍼, 레코딩 엔지니어 등과의 협업은 사실상 필수적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정보나 협업자를 찾지 못하는 아티스트가 많다. '제 1회 부산 뮤지션 필요충분파티'에서는 부산에서 음악을 하고 있거나 인디씬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협업자를 모았다. 


현재 함께 행사를 진행할 협업자는 부산에서 원탑 녹음실로 유명한 '히트웨이브 레코딩 스튜디오', 뮤직 비디오,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 x 문학 프로젝트 등의 컨텐츠를 개발하는 'Easy Ease Art Crew', 부산 인디씬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플랫폼 스테레오', 포토그래퍼 이효선, 로고 및 브랜딩 디자이너 송민지 그리고 공연기획팀 제이젝트랩(나 ㅎㅎ..)이 있다. 


내 느낌으로 기획의도는 좋았다고 생각했다. 지역 아티스트의 발전을 위한 행사이고, 부산에서 떨어져있는 여러 문화관련 종사자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도 있는 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행사의 기획대로 풀어나가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도 있다. 


1. 모든 일을 혼자 진행 한다는 것


혼자 기획부터 연출, 섭외, 홍보/마케팅 등 전반적인 행사 준비를 진행한다는 것은 인건비를 아끼면서도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동이다. 나는 7살때 미술학원을 한달다닌 이후로 미술과 벽을 쌓은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이것 때문에 포토샵을 열고 일러스트레이터를 공부하게 되고, 색깔에 대한 공부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인건비를 줄여 다른 곳에 더 효율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홍보물의 퀄리티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행사 전반에 걸쳐서 크고 작은 결정들이 수십가지를 넘어 수백가지는 되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피드백을 해줄 팀원이 없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한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총 책임자인 내 의견을 밀고 나가야 할때도 있지만, 주위의 피드백이 없는 상황에서 내 의견을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다양한 피드백을 듣고 한 결정과 피드백 없이 혼자하는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행사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섭외되었기에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도 쉽지 않은 점이다.


2. 돈돈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이건 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생각하는 것 이상은 무조건 든다. 인건비, 홍보물 제작비, 인쇄비, 굿즈 제작비, 장소 대여비, 행사 진행비 등등 큼직하게 썼지만 세부적인 수 많은 지출내역과 생각지도 못한 지출내역도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야외에서 진행한다면 우천시엔 천막을 급하게 쳐야해서 돈이 더 들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합당한 보수를 주고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위해 행사의 퀄리티를 높이기를 위해서는 그만큼 돈이 필요하다. 행사 당일 수고할 많은 협업자와 공연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부산 음악창작소에서 진행하는 [브랜드 공연 지원 사업]에 지원하였지만 보란듯이 톡 떨어져버려 재정적으로는 악화가 된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적자를 보게되는 행사가 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산 아티스트에게 꼭 필요한 행사가 될 수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부산 화장품 브랜드인 '캔비스킨'과 '라치나타'에서는 이벤트 물품을 협찬해주셨고, 부산 단체급식 업체'(주)우양 FnC'에서는 공연때의 파티음료와 핑거푸드 그리고 스탭들의 저녁을 지원해주셨다. 


나처럼 돈으로 모든 것을 여유롭고 풍족하게 진행할 수 없다면, 또 큰 이익이 남지 않는 행사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럴땐 적극적으로 지원사업을 찾아보거나 후원을 해줄 수 있는 기업 또는 개인을 찾는 것도 좋다. 아니면 본인의 돈을 써서 적자를 보더라도 자신이 돈 보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더 큰 경우엔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 행사를 계속 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마음 아픈 일이니 지속적인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이익은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3.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안모아지네요..하하 


행사에 오는 사람들은 단순히 참가비를 주는 대상이 아니고 함께 행사를 즐길 사람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얼마나 오는 지는 중요한 문제이자 행사의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쉬운 지표이다. 필요충분파티는 먼저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만을 모집한다는 이유로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비춰질 수 있다. '부산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에서도 2가지의 한계가 있다. '부산'과 '음악'이다. 실제로는 부산 근처의 도시를 모두 배제하는 행사는 아니지만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그런듯한 뉘앙스를 충분히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조금이라도 음원유통과정이라던지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다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일반 부산 시민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없잖아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안오는 걸까. 또는 무슨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일까. 매일 밤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한계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2부 행사인 부산 아티스트의 공연을 담은 홍보물은 온전히 공연만을 담아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앞으로 행사까지는 2주가량 남았다. 매일 피를 말리며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더 나은 방법을 향해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정말로 내가 생각한 기획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쉽지 않다. 매일 잠을 설쳐가며 나의 부족한 점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미 행사에 신청한 그 사람들은 이 행사의 가능성과 자신들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만한 행사라고 생각하여 등록하였을 것이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좀 더 나은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2주 동안 내가 해나갈 일이다. 


항상 쉽지는 않지만, 못할 것은 아니다. 


끝으로 부산에서 음악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한 번 와보셔도 좋습니다! 최대한 열심히 행사 만들고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작가의 이전글 공연기획자가 앉아서 글 쓰고 있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