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일기를 보다
엄마와 단둘이 금남로 도서관에 갔다
오늘 뻥튀기 장수가 왔는지 콩 볶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참을 볶아 대더니 뻥 소리가 튀긴다
책장이 무너지고 책들이 바닥에 등을 포갰다
엄마는 말벌에 쏘였는지 정신을 못 차린다
도청 광장에서 여럿이 방망이를 들고 야구한다
헬멧을 쓴 형들이 두리번거린다
쓰러진 엄마의 팔과 다리를 나눠 잡더니 트럭에 올린다
엄마는 아웃되어 선 밖으로 사라진 오후
형들의 주먹야구 솜씨는 형편없다
공도 없는데 허공에 방망이를 휘두른다
나도 형들보단 잘할 자신이 생겼다
엄마는 야구가 끝났는데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오지 않아
먼저 집으로 갔나 싶어 서운하다
밤이 지나고 엄마 없는 낮을 맞이했다
밥도 안 차려 주고 섭섭하다
혼자서 찬밥에 물 말아먹었다
형들이랑 야구 놀이를 할 참으로 방망이를 챙겼다
푸른 옷에 헬멧 쓴 형들이 보이지 않는다
윗동네 방울복 입은 형이 보자기 마스크를 쓰고 투수를 한다
손에 짱돌을 들더니 통행금지 표지판을 맞출 요량으로 투구 수를 늘린다.
오늘도 뻥튀기 아저씨가 왔다
콩 볶는 소리가 요란하다
형도 벌에 쏘였는지 털썩 주저앉아 날 본다
팔을 들고 휘저으며 반가운 손짓이다
잠시 눈을 맞추다 피곤한지 고개를 떨군다
뻥튀기 소리가 끝나자
그 형도 엄마처럼 트럭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