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성하는 일상
매년 이맘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찌어찌 살다 보니 벌써 한 해가 다 끝나가고 어느새 연말분위기가 한껏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새로운 직업을 추가하면서 첫 1년은 재미있게 글을 썼다. 그리고 1년이 되었을 무렵에는 날짜를 챙길 새도 없이 미국에 와서 병원에 출근하고 오리엔테이션을 받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별일 없지만 소소한 행복 속에 살던 나는 10월,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느라 가을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11월 한 달을 쉼으로 보내며 어느 정도 회복의 시간을 보냈지만 경제적 상황이 눈에 밟혀 더 이상 쉴 수만은 없었고, 다시 12월부터 복직하여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으로 공감하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글을 쓰려한다.
내 첫 글은 이미 전자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는데, 간호사가 되고 미국으로 오기를 결심했던 나의 생각과 경험을 쓴 것이었다.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만 살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낸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던 그 시간에서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나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나와 같은 경험을 계획하거나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글을 쓰던 와중에도 나는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가며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나는 29살에 간호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실행한 뒤, 미국에서 간호사로 살고 있다.
돌아보면 지나온 대부분의 경험이 힘들고, 괴롭고, 무섭고, 긴장되는 것들이었다. 그 안에 행복하거나 만족한 부분도 물론 많았지만 그런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그런데도 당시에는 그저 앞을 보며 열심히 나아가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새로운 과목을 배우고, 매주 시험을 치고,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며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매일 경험했다. 3년간 그렇게 노력한 끝에 간호사가 되었고, 출근을 기다리는 중에도 쉬지 않고 학위를 추가하며 정말 꽉 찬 4년을 보내고 신규간호사가 되었다. 이제 간호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지긴 했지만 내 몫을 하기에는 그동안 배웠던 것만 가지고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이나 실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래서 처음 6개월 동안은 나를 괴롭히는 선배와 더불어 나까지 나 자신을 매일 힘들게 옥죄며 일했다.
그러다 간호사가 된 지 3년째 되던 해, 나는 마음속으로만 꿈꾸던 해외간호사가 되는 길을 가기로 결정했고 오래 걸리더라도 꼭 해보자는 마음으로 한 단계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결심이 꼭 10년째 되던 해에 나는 드디어 미국간호사가 되었다.
미국에 와서는 첫 한 달 동안 그간 기대했던 미국생활에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 현실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다. 잠깐동안이긴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텨낸덕분에 어느덧 미국생활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업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출근할 수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아서 실수와 문제를 만들어내지만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고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알고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신규간호사가 된 기분이 가장 크지만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는 아닌 것이 또 큰 도움이 된다.
아마 내 글을 검색해서 찾아오신 분들은 대부분 간호대학생이거나, 해외살이를 꿈꾸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고려하는 중이거나, 또는 이미 한국에서 간호사이면서 해외로의 이주나 취업을 생각해 본 분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순수한 흥미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간호사에 대해 애틋함과 안쓰러움을 가지게 된 일반인 분들도 계신다는 것도 안다.
실제로 나를 구독해 주시거나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 글을 읽으러 찾아가 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고 경험을 나누는 분들도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많은 직업이 있지만, 인생사 느끼는 일들은 비슷하기 마련이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때로는 정답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일을 할 수 있기에 인연이 되었다고 느낀다.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로 표현했던 결과물로 상을 받은 적이 꽤 많았다.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내 글을 읽어보면 어휘나 표현을 잘 쓴다기보다는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최대한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금까지 글짓기대회에서 상을 받고, 브런치스토리에도 꾸준히 읽으러 와주시는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글 쓴 이후 몇 번이고 내가 적은 내용을 확인해 보고 잘못된 내용은 없는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한 건 아닌지 곱씹어보기 때문에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매우 즐기지만 글을 쓰고 나서도 즉흥적으로 발행을 하는 성격이 전혀 아니라서 너무 검증하려고 애쓴다는 느낌이 들어 요즘은 힘을 빼고 편안하게 써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지만 아는 것이 없어 망설인 인생의 어떤 여정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나의 특기인 글쓰기를 통해 무언가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만일 내가 지금까지 왔던 길을 걸어가려 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하는 길이라 포기했다면? 그리고 글을 쓰는 재주가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막상 매일 일상을 보내는 내 입장에서는 이미 지나온 길이고 그저 별뜻 없는 하루하루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간절하고 이루고 싶은 꿈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시간에도 최대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며 지금도 잘하고 있는지 나를 평가하며 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는 여러 이유를 대며 집을 나오지 않던 백수였고, 미국은 언제 갈지도 모르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으며 생계를 위해 돈을 벌러 나가야 하는 현실이 너무 싫었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좋은 직장 나오고 나니 갈 수 있는 곳은 점점 눈을 낮춰야만 하는 곳이고, 실망하고 자존심상하는 일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내가 오늘, 지금 이 시간 그동안 내가 꿈으로만 바라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매번 반성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억지로라도 내가 그동안 잘해왔다는 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인정해 주었던 때문이라 믿는다.
혹시 한 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자기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고 별 볼 일 없다 느껴지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는 칭찬을 꼭 해주도록 하자.
그리고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 가지만큼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 만일 그것을 안다면 내가 세상 그 누구보다 잘하는 그것을 돋보이게 해 보자고 말해주고 싶고, 아직 그것이 무언지 모른다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나의 특기가 있으니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말해주고 싶다.
나야말로 그렇게 나를 칭찬해 주고 용기를 주려 애쓴 덕분에 그 힘들고 어려운 인생의 구간을 잘 빠져나올 수 있었고, 내 주변의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보다 더 힘든 일들이 다가오더라도 피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마음 굳게 먹고 부딪혀보자는 기본자세를 가질 수 있었다.
좋은 일들도, 힘든 일들도 그리고 나쁜 일들도 모두 다 지나간다. 그리고 우리에겐 성장 또는 실패 둘 중의 하나가 남는다. 꼭 성장을 얻으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실패를 했다고 해서 앞으로 성장할 기회가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니, 나 자신을 스스로 틀 안에 가두지 말고 다시 등을 두드려주고 안아주며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자는 말을 이리도 길게 하고 싶었다.
올 한 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든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정말 잘했어요. 속상하고 부끄러운 내 모습이 보이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일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로 해요.
건강한 한 해로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는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로 계속 찾아뵙도록 저도 제 자신을 칭찬하고 안아주는 연말 보낼게요^^ 그럼 내년에 만나요!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