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나를 이겨내는 것
요즘의 나로 말하자면 그냥 하기 싫음이 90%이다.
그냥 귀찮음인지 나이먹음으로 인한 후유증인지 모르겠다.
사실 이젠 쉬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난 이제 20대가 아니어서, 신체회복력도 그때가 아닌 것을 종종 잊는다.
'아 예전에는 다 한 건데 왜 못하지?'
그리고 나를 책망한다.
잠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내게
- 하루종일 넷플릭스 채널 돌리면서 검색하다가 맘에 드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
- 좋아하는 말랑말랑한 소설 읽으면서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기
- 배고파지면 라면에 파송송 계란탁 해서 후루룩 밥까지 한 그릇 말아먹기
- 스르르 나도 모르게 떡실신하듯 잠들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20살의 그때처럼 말라서 어떤 옷을 입어도 언니 옷 입은 것 같아도 제법 보이시한 매력을 뿌리던 그때였으면 좋겠다. 지금 너무 통통하니 상대적으로 마른 그때가 그립다.
- 조금 찌뿌둥하면 집 앞 산책길 왕복 10km 걷기
- 산책길 걸으면서 고라니 라도 만나면 흔들리지 않는 사진 한컷 제대로 남겨보기
- 집으로 돌아올 때 좋아하는 육개장 집에서 저녁 먹고 오기
- 통장이 텅장이 되어도 그리 사서 걱정하지 않던 20대의 배짱이 그립다.
- 운동장 같은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연애 드라마가 부러워지지 않는 담대함을 갖고 싶다.
- 언제고 떠날 수 있는 용기와 통장과 카드의 자비로 내 발은 이미 공항 출국장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언제든 이룰 수 있는 사소한 마음인데, 이것저것 속세의 인연에 엉켜서 나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뒤로 가지도 않는 제자리만 빙빙 도는 팽이만 같다. 옛날 팽이는 누군가 때려주기라도 했지.
오늘 아침에도 마음을 다잡았는데, 역시나 나는 나에게 너무 관대하다.
나의 게으름을 또 용서하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나를 이겨먹는 것이라던데, 정말 나란 인간 고집이 황소 쇠심줄 보다 질기다.
언제쯤 인간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