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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an 01. 2024

10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나를 알아가는 시간 11번째


2014년 1월 1일 그때의 나에게


안녕?!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넌 꽤 머리가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었겠구나. 너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언제나 모래였지. 그리고 네 것이 아닌데도 네 것인 양 모든 것을 책임을 져야 했어.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고, 넌 그것을 받아들였어. 단 한순간도 행복한 시간은 없었던 그날이구나.

새해가 시작되니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야 했는데, 넌 밀린 잠과 밀린 일거리에 치여서 고달픈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을 테지. 매일 먹어야 하는 약들도 그때쯤 다시 시작을 했었어.


너의 몫도 아닌데 누군가를 보살펴야 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고, 눈을 감을 수 있었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이 오롯이 너의 손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도 넌 당연한 줄 알았었지.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야. 잘 들어봐. 네게 해줄 말이 있어.


영상편집이라는 직업은 너에게 잘 맞았니? 재밌었지? 아마 그것은 너와 맞는 일이었어. 한편 한편 완성될 때마다 너는 눈에 띄는 성장을 했었어. 지금처럼 피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내는 1인 미디어 제작의 시스템을 이미 그때부터 하고 있었으니까. 구성안 내지 대본만 빼고 촬영, 편집, 자막, 오디오까지 넌 다 해냈어. 비록 타의에 의했다고 해도 말이지. 그래서 지금의 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기획자가 될 수 있는 거야.


두 번째 직업인 컴퓨터 강사라는 직업은 어땠니? 그 또한 잘 맞았지?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동안은 넌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우연찮게 시작했었잖아. 그리고 16년을 해왔었어.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해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야. 그때의 경험으로 설명을 쉽게 하는 습관이 생겼어. 아마도 오롯이 너 하나만을 생각하고 살았다면 좋은 선생님으로 보냈을 거야. 조금 아쉬운 부분이야.


10년 후의 시선으로 보자면 지나고 나니 이 또한 견뎌지더라. 

아픈 시간도 슬픈 시간도 행복한 시간도 즐거운 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 현재는 어느새 과거로 바뀌고 있었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그것을 어떻게 보낸 결과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거지.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네가 원했던 그 모습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지금의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애썼어. 그래도 열심히 살았고, 가진 것을 다 활용할 수 있었던 최선의 시간을 보냈어. PD라는 직업도 가졌었잖아. 전공을 하지 않아도 넌 어릴 적 꿈을 어느 정도는 이뤘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 넌 네게 주어진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멋진 사람이었어." 


10년 후의 내가 또 내게 해줄 말이 있을 거야.

그때 우리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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