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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Feb 09. 2024

가위 눌림 -1

뭔가 슬쩍 내게 다가온다. 나를 들여다 보더니 베게를 건드린다. 

툭. 툭. 

이내 베게를 빼려고 하는 것 같다.


"아 왜~~ 자는 데 건드려!!!  나 10분만 잘께요!"

이틀째 편집 작업 중이라 밤에 잠을 푹 못자서 머리가 멍해서 잠시 눈 좀 붙이자 하고 누웠는데, 베게를 뺏는 것이 짜증난다.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본다.


다른 방에 감독님만 있다.

"감독님 나 깨웠어요?"

"응? 아니 자고 있었어?"


영상 편집을 하다보면 밤에 집중이 잘 된다. 웬만하면 9-6 안에 일하고 싶지만 결국 밤에 일하고 새벽에 잠들거나 낮시간에 잠깐 낮잠을 자야 할 때가 종종 생긴다.

낮잠을 자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가 베게를 뺏으려는 것 같다. 근데 이 상대가 대략 3살 전후의 아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정도 아기의 손아귀 힘으로 나에게 뭔가 "놀자"고 하는 듯하다.

아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리고 이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두려움이 줄어들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놀자~ '라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킬 때 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하기 시작한다(자면서 ㅠㅠ, 자는게 자는 것이 아닙니다) 

아기야, 조금만 있어~ 조금만 잘께... 혹은 저리가 있어. 자꾸 그러면 화낼지도 몰라.


이 상황이 점점 잦아진다. 잠깐의 낮잠으로 컨디션을 회복하려는 시도는 더 피곤함을 만든다.


달래도 보고 혼도 내보고도 안된다. 나중에는 이녀석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감당이 안될 것 같아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서 거실로 나온다.(사무실이 주거형 오피스텔이었다. 밤샘작업이 많아서 방마다 소파를 두었다) 이때부터 감독님에게 말하고 거실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곤 했다. 


어느날 감독님이 내게 말한다.

"그 방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엥? 왜요? 나보고 꿈이라고 말했잖아요?"

"응 다른 편집감독들 몇 명도 너랑 비슷하게 말하네.  지금 있는 편집감독 친구만 괜찮다고 그러고...

  나도 그 방에서 자다가 좀 이상해서 바로 나와서 거실에서 잤어"


그렇다. 그 오피스텔의 편집방만 그 현상이 있었다.

해당 오피스텔에서는 층만 다르고 같은 끝자리의 호수로 이사를 몇번 했다. 즉 라인이 같다.

편집실은 층만 다르고 위치는 같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같은 걸 경험하게 되었다는 건 위치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아니면 그들이 같이 이사를 하는 걸까? 다만 그 방에서만 나오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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