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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Feb 04. 2024

쓰레기는 내 집에 있다

토요일 하루종일 청소한 후


네 맞습니다. 쓰레기는 내 집에 가득합니다.!!


토요일(어제) 세탁기에게 노동을 명했다. 그 녀석이 뱉어낼 깨끗한 세탁물을 기다리는 동안 숙원사업이던 화장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연초에 세운 새해 계획 중 하나가 매일 청소하기이다.

노트를 보니 매일 공간을 정해서 10분 이내로 청소하는 것을 대략 적어두었다.


월 - 주방, 화 - 거실, 수 - 욕실, 목 - 베란다, 금 - 방, 토, 일 - 재활용처리

꼭 이대로 지키자 보다는 요런 식으로 매일 조금씩 해 나가자는 계획이다. 이 글을 보시는 어떤 분은 하루에 할 일거리를 일주일에 나누는 게 의아하실 듯하다.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기본은 해도 여전히 돌아서면 치울 거리가 쌓이는 나 같은 유형은 이렇게 라도 해야 연중행사로 넘어가지 않는다.


지금이 연중행사급 시기이다. 어제는 아침 9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3시에 끝났다. 무려 5시간 30분이 걸렸다. 집도 3번만 엎어지면 현관에서 베란다까지 도착할 크기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청소하다 지쳐서 근원적인 고민을 해봤다.


우선 내 동선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세탁기 종료시간을 보려고 베란다로 나가니 아직 30분 남았다. 문득 바닥에 쌓인 빈 박스들(과일 등등)이 보인다. 빈 것도 밖으로 빼내고, 과일이 조금 담긴 것은 냉장고로 옮기고 빈 박스와 유통기한 지난 라면박스도 빼낸다. 우선 버릴 것들을 정리해서 현관밖으로 내어둔다.

안방의 화장대부터 정리해 보자며 화장대 서랍을 죄다 꺼냈다.

아깝다고 써야지 했던 유통기한 지난 것을 죄다 버리고, 서랍배열을 바꾼다. 이 과정에서 문갑에 가야 할 물품들을 하나씩 옮긴다. 왜 화장대에 주방에 있어야 할 물건과 거실, 베란다에 있어야 할 것들이 있는 건지...


이렇게 물건 하나씩 옮겨두느라 집안을 몇 바퀴를 도는지 모르겠다. 손에 물 닿을 일이 많아 워치를 빼놓아서 알 수 없지만 5시간 30분 내내 걸었으니 2만 보는 걷지 않았을까?


예전의 습관으로는 화장대 치우다가 거실 치우다가 주방 치우다가 방치 우다가 요런 형태로 뺑뺑이를 돌았다면 이번에는 <일단 갖다 두기, 그리고 한 곳만 패기>로 공략한다.


청소달인의 눈에는 꽤나 한심해 보이는 모습이겠지만, 잘 못 버리는 성향이라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

놔둘 것이냐 버릴 것이냐!. 햄릿처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다시 보관의 수순을 밟는 터라 좁은 집인데도 이사 갈 무렵에는 50평 아파트의 짐이 나오기도 한다. 일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거나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은 죄다 버리는 걸로 선택했다.(약간의 고민은 버리고 나면 쓸 일이 생긴다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3시에 모든 정리가 끝났다.

한 바퀴를 둘러보니 별 차리가 안 보인다. 하하하

베란다는 확실히 깔끔 깨끗해졌다.

그 외에는 거의 서랍 내의 물품 위주로 정리했으니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일 것이다. 서랍을 열면 5시간의 고생의 흔적이 크게 보인다. 꽉 들어차 서랍이 안 닫힐 것 같더니, 빈 공간이 많다.


한 번에 다 버리면 가장 좋지만, 찾는 물건이 없다는 상실감과 또 사야 하는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조금씩 버려가는 것이 내게는 맞는 것 같다. 가급적 올해 안에 지금 짐의 50%를 버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옷장만 해도 새로 옷을 구입해도 넣어둘 공간이 없다는 것이 옷을 안 사는 이유가 되고 있으니까.


정리를 끝냈으나 바닥청소를 시작한다

쓸고 닦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바닥 걸래질은 밀대가 하는데, 내 체력은 등산하고 돌아온 기분이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몸을 닦고 집을 정리한 후 국가의 안녕을 걱정하고 <나>를 브랜딩으로 천하를 함께 도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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