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눌림-3
개구리바지를 입은 그 사람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혹여 뒤로 돌아볼까 싶어 발소리를 죽여 다시 몸을 돌린다. 모퉁이에서 엘리베이터가 닫혔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살짝 고개를 내밀어 보니 개구리바지는 없다.
띠띠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 혼자 자야 하는 날이다. 들어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문을 잠그지 않았나? 어 아닌데, 잠겄는데, 걸쇠도 걸었는데... 술 취한 사람이 장난을 치는 걸까?
순간 꿈이다. 이건 꿈이야. 아니 가위눌리고 있는 중인가?
목을 확 비틀어본다. 소용이 없다. 목을 비틀어서 꿈을 깨려고 애써보지만 소용이 없다.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다. 눈을 뜨면 안 될 것 같아 질끈 감아 버렸다. 특별한 말도 없다. 뭔가를 뒤지는 느낌도 없다. 그래서 이것이 꿈속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왜 오늘은 '나랑 놀자'라고 보채는 아기가 아닌 거지? 요즘은 무서운 영화도, 소설도 보지 않는데...
- 가위눌림이 자주 생기는 이유를 이때만 해도 호러 장르를 많이 접해서 일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끊고 있었다.
현실이라면 다른 뭔가가 있겠지만 꿈속에서 나는 그 형체의 바지를 봤다. 군인들이 입는 듯한 개구리 바지를 입고 있었다. 더 이상 보면 안 될 것 같아 계속 감고 있었다. 가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동원했다. 소리도 지르고, 목이 부러져라 좌우로 흔들어도 본다.
내 방이 보였다. 진짜 꿈에서 깼구나. 꿈이 맞는구나.
얼른 일어나 현관문과 베란다 문을 살펴보았다. 잘 잠겨있었다.
어릴 때부터 꿈을 잘 꾸는 편은 아니지만 꾸기 시작하면 같은 꿈을 계속 꾸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몇 개가 있다. 이즈음 특히 이런 부류의 꿈이나 가위가 점점 심해졌다. 현실이 아닌 것을 확인했으니 다시 자야겠다. 머리맡을 더듬어서 염주를 찾아 목에 걸었다. 더 이상 꿈도 꾸지 않고 잠이 들었다.
가슴 두근거리는 새벽은 결국 지나갔다. 출근을 위해 우리 층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젯밤에 보았던 그 바지를 입은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우연의 일치이겠지. 지금 생각하면 똑같은 무늬였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때는 같은 바지로 보였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도, 함께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것도 겁이 덜컥 났다.
"아 또 놓고 왔네~"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척을 했다.
모퉁이에서 살짝 숨어서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
"문이 닫힙니다"라는 엘베걸의 목소리가 들린 후에야 옆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이후 내게는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직도 가위눌림 사건의 최고봉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가위눌림의 이유를 살펴보았다.
대개의 경우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많았으니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도 가위눌림이 점점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내심 걱정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이와 같은 경우는 거의 겪지 않고 있다.
그래도 나의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108 염주는 나와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