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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Feb 17. 2024

그립다 집전화와 삐삐 그리고 시티폰

집전화, 삐삐, 시티폰, 휴대폰과 스마트폰까지


"OO아, A오빠인데, 대백 계단 2층에 있어. 너네 오빠 안 보인다. 전해줘"

"안녕하세요. B입니다. 혹시 집에 ##이 있나요?"


낯익지 않나요?

응답하라 1988, 1984 드라마에서도 들어봄직하죠?


주말 오후 집의 전화기가 불이 납니다. 큰오빠가 친구랑 만나러 외출한 후 딱 1시간 후부터 입니다.

이들의 주 만남의 장소는 대백계단 2층, 대구에서 나름 핫플레이스 대구백화점 2층 계단인데요. 이곳은 울 오빠들 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이들이 암호처럼 정해둔 약속 장소이기도 해요.

실제로 가보면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계단 무너질까 겁날 정도로 말이죠.


오빠 친구들 중 한 명이 꼭 한 시간씩 늦는답니다. 그러니 친구들이 번갈아가면서 전화가 와요.

그래서 이렇게 제안해 주었어요

"앞으로 2~3시 사이에 만나"




이 시절만 해도 연락수단이 집전화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집 전화기가 보급된 시기가 1960년대라고 하네요. 70년대 중반 이전에는 집전화여도 무척 비쌌다고 하죠. 기억하실까요? 전원일기와 같은 드라마에서 보면 동네 이장네 집으로 전화가 오면 기다려요~ 하고 뛰어가서 불러와서 통화했죠. 전화를 거는 상대는 공중전화박스에서 동전을 잔뜩 쌓아놓고 계속 동전을 넣어야 했고요.


70년대 중후반부터 보급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전화사용비가 점차 저렴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화비도 쓸수록 많이 나오니 어르신들 통화 끝에 하시는 말씀이 "전화비 많이 나온다. 끊자~"였죠.

집으로 전화하면 엄마나 다른 가족들은 있으니 대부분 집으로 많이들 연락을 해주었죠. 우리 오빠들 사이에는 연락은 우리 집으로 정해졌나 봅니다. 네 맞아요. 주말에 항상 전화를 받아 메모를 전달하는 역할이 저였습니다. 전화 걸어서 안 받는 경우가 없으니 우리 집이 가장 확실한 전화국이었던 거죠.



삐삐 감성을 아시나요?


"삐삐 쳐~", 486(사랑해), 0179(영원한 친구), 1004(천사), 17175(일찍 일찍 와), 8282(사랑해), 827(파이팅), 4444(음.. 화나 났을 때 ㅋ) 이것보다도 많은 조합어가 있었어요. 요즘 줄임말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삐삐는 미국 모토로라가 1958년에 무헌호출기를 처음 개발했고, 1982년에 한국에 처음 수입되었다고 합니다. 판매 초기에는 가격이 30만~40만 원으로 고가품이었어요.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많이 사용을 시작했을 거고요. 영어로는 '페이저', '비퍼'라고 하지만 신호가 울릴 때 나는 소리가 '삐삐 삐삐'여서 <삐삐>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멜로디도 생기고, 진동도 생기게 됐지만요.


삐삐가 울리면 공중전화박스로 뛰어가서 전화를 겁니다.

"호출하셨어요?"

카페에서도 삐삐 호출번호를 보고 카페의 전화기를 빌려 쓰는 일이 많아지자 카페들도 변신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카페 마케팅이겠죠. 이 글을 쓰다 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하네요(마케팅 책 읽기)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있었어요. 수신은 안되고 걸기만 가능한 거죠. 전화비가 걸 때마다 나오던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의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났어요. 아무래도 전화기가 없는 카페는 영업이 잘 안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알려드리자면 삐삐가 와서 테이블의 전화 수화기를 들었더니 말소리가 들려요. 아무래도 카페의 전화 회선이 1~2개 정도였을 겁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기다렸다가 다시 수화기를 드니 또 말소리가 들려요. 한 테이블의 통화시간이 30분이 넘어가는 겁니다. 집전화요금을 아끼려고 카페에서 통화를 오래 하는 얌체족을 발견한 순간이죠. 이런 일도 많았는지, 테이블마다 경고문이 붙기 시작합니다.


"통화는 3분 이내로 해주세요"


이 삐삐는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록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었죠. 앗 병원의 의사분들을 호출할 때도 많이 사용했던 것을 옛 의학 드라마에서 많이 봤습니다.

삐삐는 처음에는 전화번호나 간단한 문자메시지만 표시됐으나 스톱워치, 자동차 원격제어, 날씨 안내, 프로야구 속보 등 콘텐츠가 다양해져 갔어요 심지어 전 세계 어디서든 호출이 가능할 정도로 진화했다고 하죠.


한국의 삐삐 가입자는 1999년 2000만 명을 자랑했지만 2009년 11월에 마지막 전국사업체 리얼텔레콤의 폐업으로 종료 수순을 밟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웃 나라 일본은 2019년 1월 30일 마지막 수신을 마쳤다고 합니다. 일본은 꽤 오래 운영했네요


그리고 삐삐의 친구 시티폰을 들어보셨나요?

상대의 전화를 받을 수는 없고 걸기만 할 수 있는 발신전용폰입니다. 수신만 하고 발신이 안 되는 삐삐와 찰떡궁합이죠.  단말기의 비용이 당시 금액으로 60만 원 정도 했어요.(울 오빠가 영업의 이유로 강제 구입해서 제게 준 거라 잘 알죠 ㅎㅎ) 회사동료들이 제가 부자인 줄 알더라고요. 그리고 전화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티폰의 기지국 보급이 많지 않아서 공중전화부스옆에서만 통화를 해야 합니다. 공중전화 줄에 서있던 분들에게는 시티폰으로 통화하는 제가 꽤 부러웠을지도 모릅니다. 크기는 요즘 TV리모컨 정도 크기였어요


1997년 2월에 출시했으나 같은 해 10월에 출시된 PCS(휴대폰)의 출범으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어요. 아마도 시티폰을 경험해 보신 분은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용후기가 좋지 않은 데다 바로 수신발신이 가능한 휴대폰 즉 PCS에 밀려 2000년 초에 서비스의 막을 내렸어요.


갑자기 수다가 막 느네요.

휴대폰으로도 불리고 핸드폰으로도 불렸던 휴대용 전화기는 다음글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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