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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r 31. 2024

정리를 못하는, 정리를 안하는

당신은 정리를 잘하십니까? 

정리정돈 전문가라고 하는 자격증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외주를 맡겨버리는 효율을 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대청소랍시고 시도하면 하루종일 걸린다. 단지 책상과 책꽂이를 정리했을 뿐이지만 그렇다.


새로 건축되어진 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하던 시기에는 강사실이 따로 있었다. 처음 출근할 때는 아무것도 없던 방에 일주일이 지날 무렵에는 어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상당한 양의 짐들이 자신의 위치를 찾아 빛을 내고 있다. 나 여기 있으니 잊지 마슈~라며 말이다.

강사로 근무하지만 당시는 실제 수업은 오후여도, 오전부터 근무하기에 내 공간이 꼭 필요했다. 전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하니 과목도 많고, 자격증반은 문제풀이도 있다보니 강사실의 짐이 늘어나는 건 필수불가결이다(나만 그랬을까?)


치운다고 치워봐도 1분 후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던 나는 모세의 기적에 버금가는 치움과 비움의 미학을 영접한 날이 있었다. 지금도 미스테리하기만 한 정리의 여신은 내 후배 J다. 솔선수범하여 삼겹살을 구우며 자신의 하녀스러움을 스스로 한탄하던 그녀는 분기에 한번 정도 내 강의실을 방문한다. 

그녀를 두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약 5분의 시간동안 무슨일이 생겼던 걸까? 강사실 문을 열자마자 다른 방에 들어온 줄 알고 다시 나가려고 했다. 그 많은 책이며, 서류, 물품들은 어디로 간걸까?

"J야, 여기꺼 다 버렸냐?"

"어 여기 있어. 그건 저쪽에, 요건 요 아래..."

"J야 한달에 한번씩만 이 곳에 잠시 들러주면 안되겠니?"


분명 내공간인데, 내가 다 파악하고 있는 공간인데, 언제 그런 공간이 있었던 걸까?

알아보기 쉬운 곳에 잘 정리된 것을 내 방을 보니 정리정돈이 꼭 필요하다. 


정리안된 것을 참아낼 수 없는 그녀와 도무지 정리를 잘 못하는 나는 그래도 잘 맞았다. 그녀가 오는 날은 삼겹살과 소주가 우리의 사이에 놓여 있는 날이다. 먼지를 먹을 땐 삼겹살을 먹으면 된다지?


그녀가 돌아간 후 이내 어질러진 방을 보며 나도 슬쩍 정리를 시도해 보니... 그대로다. 변화가 없다.

이후로도 정리 정돈이라는 것을 매번 시도해보지만, 하루를 못넘긴다.


나는 정리정돈을 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성향상 못하는 것에 한표를~

나의 성향을 볼 때 짐을 안늘리는 것이 최선일 것 같은데, 아쉽게도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열심히 버리지만, 너무 많아서 표가 안나는지, 새로 채우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 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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