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하는 사람

by 기록자

친구 둘을 데리고 3박 4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출발 전부터 썩 잘 맞는 조합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셋이 가게 된 건 숫제 내 욕심이었다. 둘 다 챙기고 싶었다. 나는 두 사람의 여행 방식에 모두 적당히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나는 정말 맞췄고, 챙겼고, 조율했다. 누군가 지루해하면 분위기를 바꾸려 애썼고,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면 괜히 우스갯소리로 빈틈을 메웠다. 나는 자연히 그런 과정을 이 여행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나 임무로 느끼고 열심히 양쪽으로 눈치를 살폈다.


감정이 쌓일 땐 조용하다. 말 대신 표정으로, 호흡으로 옮아붙는다. 나는 이 여행에서 싸우지도 않았고, 화내지도 않았고, 단 한 번도 대화를 그르치지 않았다. 다만 중재에 온 힘을 쏟았다. 여행은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었고, 나는 점점 말보다 생각이 더 많아졌다.


서로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관계는 지옥이 된다. 감정은 번역되지 않고, 말은 비뚤어지고. 결국 각자의 방식대로 오해하고 실망하게 되어 있다. 인간이란 본래 서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해받기조차 원치 않는다. 그저 존중받고, 수용되길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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