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엔다니 Mar 20. 2024

International SOS 태국 의료 후송 1

 프놈펜 코이카 유숙소 앞에서 모또돕(오토바이 대중교통) 사고가 있었다. 가벼운 사고 였고 딱히 다친 데도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원래 사고 당시에는 증상이 안나타난다고 하더니 두달쯤 지난 다음부터 점점 왼쪽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깨를 쓰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았고, 왼쪽이라 생활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기에 딱히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오다가 현지평가회의가 있어 프놈펜에 간 김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x-ray 상에는 문제가 없으나 MRI 나 CT 촬영이 필요하다며 방콕에서 치료받으라고 권유를 했다. 캄보디아에는 MRI, CT 같은 의료 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코이카 사무소와 의논 후에 다시 오겠다고 대충 둘러대고 나왔다. 방콕에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방학 다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했고, 활동에 대한 의욕을 활활 불태우며 학교도 하나 늘렸다. 무엇보다 너무 급작스러웠고 당황스러웠다.


 international sos 의사가 소견서를 매우 심각하게 썼나보다. 본부에서 전화오고, 관리요원한테 전화오고, 급기야 소장님과 면담까지 했다. 그리고 소장님의 한마디에 나의 방콕행이 결정되었다. 

"은선씨가 없으면 일이 안돌아가나요?"

"..."


 후송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SOS에서는 방콕행이 결정된 바로 그 날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었고, 유숙소로 차량을 보내주었다. 현지평가회의를 위해 싸온 짐 그대로 들고 공항으로 갔다.


캄보디아 공항에서 채 1시간도 안되서 태국에 도착했다. 이름모를 친절한 이 아저씨가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날 반겨주었다. 그리고 이 아저씨를 따라 순탄하게 공항을 빠져나갔으면 좋으련만... 내가 그럴 위인이던가? 나는 기부천사다. 여기저기 내 물건들을 흘리고 다니며 불특정다수에게 기부를 한다하여 얻어진 별명이다. 비행기에도 역시 큰 기부를 하고 내렸다. 그것은 바로 여권!! 웃으며 나를 반겨주는 태국 아찌를 보자마자 비행기에 여권을 두고 내렸다고 하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셨다. 이 의자에 앉아서 꼼짝 말고 기다려라, 다른데 가지 말아라 신신당부를 했다. 여권을 잃어버렸는데도 방실방실 웃으며 사진을 찍어대는 내가 어지간히 불안했나보다. 


이 아저씨 능력자!!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더니 여권을 찾아다 주셨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보듯 날 바라보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 뭐가 그리 불안해보였는지 여권도 나에게 주지 않고 헤어질 때까지 본인이 들고 다니셨다. 급기야 출입국신고서까지 써주셨다.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와서야 여권을 내게 쥐어주셨다. 고맙다며 해맑게 인사했더니 가방안에 여권부터 집어넣으라고 하셨다. 이 고마운 아저씨는 international sos에서 보내준 픽업 차량에 나를 태워주고는 어디론가 가버리셨다. 태국 코이카 유숙소까지 함께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무튼 이 아저씨 덕택에 무사히 유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단 한 달 만에 지역 음악회에서 우쿨렐레 연주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