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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엔다니 Jan 29. 2023

해외봉사 가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나요? 현지어는요?

해외봉사를 위한 외국어 수준!


 해외봉사단원들의 출국 전 국내 교육 강의나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가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외국어 관련 질문이다.

“해외 봉사를 가려면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나요? 현지어는요?”

 나는 다시 되묻곤 한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여러분의 한국어 실력은 어떠신가요?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신가요? “

 유재석이나 아나운서들과 나는 똑같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만, 과연 내가 그들과 국어 능력이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언어 스킬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상대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 막 도착하여 현지 적응훈련을 받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크메르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못했다. 동기가 변비약을 사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무슨 자신감에서였는지 동기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나 간호사라며, 언니 믿지? 하며 호기롭게 약국을 찾아 들어갔다. 크메르어로는 변비를 표현하지 못해 약사라면 당연히 알아듣겠지라는 생각으로 constipation pills를 달라고 했다. 못 알아듣는다. stool pills를 말했다. 지사제를 내민다. 노노노노를 외치며 약을 다시 돌려주었다. 현지 약사가 얘네 왜 이래? 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내 발음이 너무 구렸나? 친구에게 큰소리쳐놓고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쩌지? 짧은 시간 안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흠.. 그렇다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스쾃 자세를 취한 뒤 얼굴을 한 껏 찡그리며 “끄응~”하고 소리 냈다. 약사가 한 손으로는 배꼽을 잡고 한 손으로는 변비약을 꺼내주었다. 나랑 친구도 서로 자지러지게 웃었다.


 물론 영어를 잘한다면, 현지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봉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상황이 변비약 상황처럼 바디랭귀지 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내가 가는 임지의 현지인들도 영어를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다. 실제로 내가 부임했던 임지였던 프레이벵 교육청에서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지어는 코이카 단원으로 선발되면 국내교육과 현지적응훈련기간에 교육을 받는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조금 힘들지만 내가 활동하는 분야에서 쓰는 말을 거의 반복적으로 쓰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는 전제하에) 영어 한마디, 현지어 한마디 못하고 봉사단원으로 선발되어도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다.


 사설을 덧붙이자면, 처음 임지에 부임했을 때 당당하게 영어를 잘한다는 직원과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직원이 있었는데 그 두 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ooo입니다.’였다. 그리고 그림 같아 보이는 크메르어를 보다 보면 영어가 갑자기 쉽게 느껴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 간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 동기들이랑 유숙소 근처에 식당을 밥을 먹으러 갔었다. 손이 너무 끈적해서 닦으려고 물티슈를 달라고 하고 싶었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동기에게 부탁하기보다 내 일을 내가 해결하고 싶어 하는 성격의 나는 직원이 내 옆을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작게 속삭였다.

“물티슈, 플리즈”

역시나 이번에도 직원이 못 알아듣는다. 내 발음이 문제인가 싶어 한껏 혀를 말아 R발음을 가득 채워 외쳤다.

“무rrrr티슈, 플뤼zzz?

또 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양손을 비비며 손 씻는 시늉을 하니 세면대를 가리킨다. 동기들은 빵 터져서 숨넘어가고 나는 얼굴이 벌게져서 손 씻으러 도망갔다. wet tissue는 평생 절대 까먹지 않을 것 같다.


 결론을 말하자면 코이카 해외봉사단 선발 시 외국어 성적은 요구하지 않는다!!!!! 진짜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알아도 나 영어 할 줄 안다, 나 일본어 할 줄 안다 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처럼 우리도 자신감을 좀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엄격하다. 창피를 당하더라도, 잘 몰라도 자꾸 말해보려고 하는 용기와 노력도 필요하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내가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 준비했다가 말을 하려면 평생 한마디도 할 수 없다. 해외봉사활동에는 영어든 현지어든 외국어 스킬보다는 현지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그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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