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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빛 Jan 26. 2023

연예인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당신은 민간 외교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활동을 하는 타 국가 코이카 간호단원들과는 달리 캄보디아에 파견된 간호단원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들에게 위생, 영양 등의 보건 교육을 한다. 나 역시 프레이벵 교육청에 파견되어 지역 내 초등학교에서 보건 수업을 맡았다.


 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커녕 병원에서 신규 간호사에게 트레이닝을 줬던 것 말고는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전혀 없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가르쳐야 하는 건지...’ 수업을 준비하는 것부터가 막막했다. 모교 교수님께 자료를 받기도 하고, 선배단원들에게 조언도 구하며 여차여차해서 수업을 하긴 했지만 ‘내가 수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나의 수업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건지..’ 걱정은 그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만났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한 녀석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 얘가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손 안 씻어요.’라고 일러바쳤다. 그러자 고자질당한 녀석이 눈을 흘기며 친구의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이 투닥거리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니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리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이들이 내게 배운 지식들을 일상생활에서도 실천하고 있구나! 아이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날의 벅찬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착한 고자질은 친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질병과 관련된 수업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말을 한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 학생이 심각한 얼굴로 내게 바짝 다가와서는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생님, 며칠 전에 공원 앞 식당에서 미국 사람이랑 같이 밥 먹었죠? 선생님이랑 친구예요? 제가 그 미국 사람 길에서 담배 피우는 거 봤어요. 그러면 안 되죠? 나쁜 사람이죠?”


 순간 뜨끔했다. 학생이 말한 미국 사람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스코 단원이었다. 피스코, 자이카 단원들과 종종 만나 맥주를 마시곤 한다. 내가 맥주 마시는 모습도 봤겠지? 술은 몸에 나쁜 거라고, 마시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선생이란 작자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걸 학생들이 안다면 내 수업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비단 학생들만이 나를 주시하는 것이 아니다. 자이카 단원에게 처음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일이다. 집 근처에 다다른 것 같기는 한데, 이 집인가? 저 집인가? 헷갈렸다. 휴대폰을 집에 놓고 나와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일본 사람 집이 어딘지 아냐고 묻자 정확하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동네가 작은 캄보디아 시골마을답게 '일본인'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집이 어딘 지까지 알고 있었다. 그만큼 외국인은 현지인들에게 좋은 화젯거리인 것이다. 나 역시 예외일 수는 법. '나'의 잘못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집 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나에게 향하는 현지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름 옷차림이라든지 행동거지 등에 유의했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며칠 전에 공원 앞 식당에서 미국 사람이랑 같이 밥 먹었죠? 선생님이랑 친구예요? 제가 그 미국 사람 길에서 담배 피우는 거 봤어요. 그러면 안 되죠? 나쁜 사람이죠?' 학생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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