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내가 나한테 이럴 수, 있다

내 안의 적과 친해지기

by 구어령

“한심한 놈.”


오늘 김 과장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할 줄 아는 거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러니 맨날 부장한테 욕먹지. 한심한 놈.


하... 어쩌다 저런 놈을 만난 거야. 회사가 거지 같으니 사람도 거지 같네. 난 왜 고작 이런 회사밖에 오지 못했을까. 이러려고 그 고생하면서 취직한 거야. 공부는 왜 했고 학원은 왜 다닌 거야. 친구 누구는 대기업 갔다던데. 난 대체 뭐하고 산거야. 한심한 놈.




오랜 친구도 일로 만나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직장에서 생전 처음 만난 동료, 상사들이 내 마음 같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나. 매일 부대끼는 사이인데, 저들이 내 업무량을 좌지우지하는데, 욕심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그들과 이별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A4 한 장, 사표 한 장이면 충분하다. 그들과 나 사이의 규칙을 깨버리면 그만이다. 그들과의 단톡방에서 나와버리고 그들의 전화번호를 삭제하면 그걸로 끝이다.


정작 끊을 수 없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직장생활 내내 나를 따라다닌다. 좁디좁은 취업문을 통과한 나를 깔보기도 하고, 고작 이런 회사나 오려고 그 고생했냐고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너보다 못났던 친구 누구는 좋은 회사 갔다며 넌 지금 뭐하고 사는 거냐며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고작 이런 회사에서 언제 돈 벌고 성공할 거냐고 매일매일 닦달을 해대는 존재, 바로 '나' 자신이다.


득 될 것 하나 없는 회사 욕, 상사 욕은 그만 두기를 추천한다. 욕도 중독이다. 하다 보면 늘고, 늘다 보면 더 욕할 것이 없나 찾게 된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게다가 그 욕은, 돌고 돌아 결국 내 욕이 된다. 내 필요에 의해 내 발로 들어온 회사니까.


그 대신 나를 욕하는 '나'와는 확실하게 담판을 짓자. 내가 나를 무시하면서 남들이 나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나와의 이런 대화면 충분하다.


“왜 고작 이런 회사냐?”

“내가 이력서 한 두 군에 넣었나? 너도 알잖아?”

“친구들은 잘 나가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

“내가 운이 없거나, 그들이 운이 좋아서겠지. 아니면 그들이 나 몰래 정말 열심히 했는지도 모르고. 뭐가 됐건 내 최선은 여기였어. 너도 알잖아?”

“하... 이래서 언제 성공할래?”

“그게 내 문제냐? 우리 문제지! 우리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너도 알잖아?”


그렇게 나에게 묻고 스스로 답해가며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가다 보면 욕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했다. 나와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취미를 찾는 일은 그다음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나를 좋아해야, 나와 친해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