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급은 사이버머니다. 핸드폰 알림 한 번과 함께 들어와, 십여 개 알림과 함께 빠져나간다. 돈이 오가는 것도 다 온라인상이고 현금이 필요한 일도 점점 줄어든다.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모습도 찾기 힘들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월급이 데이터가 되어갈수록 월급에 대한 감흥도 사라져 간다.
하지만 월급은 그렇게 흘려보내도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월급은 직장인의 존재의 이유이다. 월급이 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것이다. 내 존재의 이유를 그렇게 홀대하면 안 된다. 이유가 무너지면, 존재도 무너진다. 월급을 홀대하면, 내 존재 자체도 홀대받게 될 뿐이다.
이제 월급을 내 옆의 꽃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월급에 각자만의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다. '생계비'란 현실적인 이름도 좋다.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오늘의 '생계'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 '인생유흥비'도 괜찮다. 쉼 없이 빠져나가는 할부금 속에서 어떻게든 유흥을 위한 여유를 만들어내게 될 테니까. 그렇게 월급에 이름을 붙이면, 그렇게 월급에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려주면, 일을 하는 마음도, 월급을 바라보는 시선도 전과는 많이 달라진다.
추천하고 싶은 이름은 '여비'이다. 월급을 이 긴 인생을 여행하기 위한 여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이 여행을 잘 꾸려가기 위해 잠시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은 여행을 위해, 더 많은 여비를 벌기 위해 가끔은 비굴해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는 거다. 그래서 개의치 않는다. 여비를 버는 곳이 내 목적지 일리 없으니까, 나는 단지 여행을 위한 여비가 필요할 뿐이니까 말이다.
여비를 벌었다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아쉽지만 이 여비는 일시불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쓸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선택이다. 오래 모았다가 한 번에 긴 여행을 떠나도 되고, 짧은 여행을 자주 떠날 수도 있다.
직장인에게 취미란 후자에 가깝다. 매달 충전되는 월급이라는 여비를 들고 여기저기 흥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한 번 갔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달에는 다른 곳에 가면 된다. 몇 번 갔는데도 계속 눈 앞에 아른거린다면 비로소 제대로 된 즐거움을 만난 것이다. 월급을 여비 삼아 내 마음속 즐거움이란 방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일, 이것이 바로 직장인의 취미이다.
어쩌면 그 취미가 단지 즐거움에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취미로 하다 보니 직업이 됐다는,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이 또한 취미의 매력이다. 당신도 몰랐던 당신의 다른 내일이 취미란 탈을 쓰고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월급은 사장님도 누리지 못하는 직장인만의 특권이다. 부족하다는 이유로 흘려보내지 말고 이 특권에 붙일 당신만의 이름을 꼭 찾기를 바란다. 그 작은 이름 짓기 만으로도 내일은 조금 더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