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리, 이대리는 꿈이 뭐였나?"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철없었던 학창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이 회사에 오기 전 수 없이 써냈던 자기소개서가 생각났다. 계속된 낙방에 친구와 미친 듯이 부어라 마셔라 했던 그 날의 그 포차가 기억났고, 결국 취직이란 걸 했지만 정말 출근하기 싫었던 오늘 아침 화장실의 얼룩진 거울도 떠올랐다. 그리고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꿈이랄게 뭐 있나요. 그냥 열심히 사는 거죠."
이 나이에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얼굴이 빨개진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 빨개지고, 직장인이 된 걸 보면 못 이룬 게 확실하니 부끄러워서 빨개지고, 앞으로도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 번 더 빨개진다.
그렇지만 지금 꿈을 떠올리지 못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학창 시절 배웠던 수학공식이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살면서 반복해서 떠올릴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잊어버린 것뿐이니까. 이렇게만 살아도 충분했기에 굳이 되새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빨개져서 다행이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 꿈이라는 불씨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까. 그런 불씨마저 없었다면, 오늘 점심은 뭘 먹었냐는 질문처럼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꿈과 취미는 ‘하고 싶고, 갖고 싶은 무엇’이라는 점에서 같다. 차이가 있다면 실현 가능성이다. 꿈은 어쩌면, 이제는 정말 꿈으로만 간직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미는 다르다. 지금이라도, 오늘이라도 가질 수 있다. 취미를 ‘손에 잡히는 작은 꿈’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이다.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면, 다시 떠올려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면, 꿈 대신 취미를 가지면 된다. 꿈처럼 대단하지는 않아도, 내 삶을 즐겁게 만드는 데 취미 하나면 충분하다.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즐기며 살면 그만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꿈을 찾아 살아가면 된다.
더 이상 얼굴 빨개질 필요 없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고,
이제 이루었다고 대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