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사표러에게

모르는 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

by 구어령

사표를 냈다. 잠시 쉬기로 했다. 이 일을 계속할지, 새로운 일에 도전할지는 쉬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돌아오라는 부장님의 전화에 나도 모르게 “고맙습니다.” 할 뻔했다.


다시 출근이다. 이번에는 마음잡고 잘해봐야지.




요리가 싫은데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은 없다. 운동이 싫은데 운동선수를 꿈꾸는 사람도 없다. 요리를 좋아해야 요리사가 될 수 있고, 운동을 좋아해야 운동선수도 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지 운동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진짜 문제는 이 상황을 내 탓으로 돌리는 데 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한다고 해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스스로를 참 못난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는 사표를 낸다. 이제라도 찾아야겠다며, 그동안 못 찾은 것은 다 시간 탓인 것처럼 말이다.


단연코 이야기하는데, 그건 당신의 탓도 부족한 시간의 탓도 아니다. 좋건 싫건 공부만 하면 된다고 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 따위를 생각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그러니 직장인이 된 지금,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단지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동안의 삶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스스로 찾고 선택할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어 모르는 것뿐이다. 이제라도 찾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인 것이다. 진짜 못난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 하나씩 해 보자. 이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물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역시도 당연한 시행착오다. 내가 나를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한 두 번 만남으로 사람 속을 다 알려는 마음이 욕심이다.


그렇게 내 즐거움을 찾으려는 직장인에게 오늘의 회사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작은 시계의 불빛도 온 방을 비춘다. 이 빛마저 없으면 완전한 어둠이다. 회사는 나에게 그런 작은 빛 같은 존재이다. 매일의 규칙적인 일상과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우리는 조금씩 문고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사표는 방황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위한 티겟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잠 못 드는 밤처럼, 새로운 출발은 그렇게 설레고 기대되고 즐겁고 희망적인 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