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오! 사랑이여>
나는 노래방 1세대이자 이 나이에도 여전한 마니아이다. 그렇지만 신나는 노래는 좋아하지 않는다. 춤도 못 추고 흥도 없는 사람인데 그런 노래를 부르는 건 정말 곤욕이다. 어릴 적에는 정말 많이 불렀다. 접대용으로. 그래서 더 싫어졌다. 이제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도 되는 나이가 됐다. 나이 듦에 감사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이 XX한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오늘도 노래방에 갔을 것이다. 정말 슬픈 것은 앞으로 언제쯤이 되어야 갈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가자면 갈 수는 있다. 실제로 몇 번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한 때는 더없이 정겨웠던 굽굽한 지하 냄새와 오래된 에어컨과 얼룩진 소파와 끈적한 탁자가 예전처럼 정겹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불편함이 싫다. 노래 아닌 다른 것을 신경 써야 하는 노래방이 싫다. 그래서 이 유행병이 정말 싫다. (물론 깨끗한 노래방도 많다. 다만 나는 저런 노래방을 선호한다.)
한동안 마음속 숙제 같았던 이야기들을 브런치 덕분에 다 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이제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다. 그중 하나가 노래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술 한 잔이라도 하면 꼭 듣고 싶어 지는 노래들의 이야기이다.
혼자 듣고 끝내면 될 노래를 굳이 글로 남기는 이유는, 솔직히 유명한 노래가 별로 없어서다. 제발 좀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물론 여기에 내가 글을 쓴다고 유명해질 리 없다. 나는 그들의 유명하지 않는 노래보다 수 억만 배 더 유명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게 바로 진심을 담은 팬심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게)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 말이다.
첫 번째 곡은, 양양의 <오! 사랑이여>이다. 이미 나이가 10년을 훌쩍 넘은 노래이다. 그렇지만 노래의 힘은 여전하다. 내가 아는 사랑 노래 중에 가장 센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에는 사랑했던, 혹은 사랑해야 할 상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향기, 미소, 머릿결, 함께 갔던 포차, 추억... 이런 단어는 단 한 글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불타고, 몰아치고, 가혹하고, 바닥까지 닿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너무 간절하고 들끓고 그립다.
이 노래에서 '사랑'은 특정한 누구가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를 의미한다. 내 마음을 불태워 줄, 향기 없는 꽃이라도 피어나게 할, 내 마음의 바닥까지 닿을 그 감정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래서 이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나에게는, 정말 '비어있고 말라버리고 딱딱해진' 내 마음을 불태워줄 무엇에 대한 강한 열망을 일어나게 했다.
그래서 듣고 또 들었다. 한 동안 안 듣다 어느 날이 되면 또 들었다. 그렇게 오래오래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불타지 않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바싹 마른 장작 같은 마음을 태우지 않고 촉촉하게 적셔주기 시작했다. '불태워라!'라고 노래하지만 내 마음에는 비가 내리는 것이다. 노래와 함께 나이를 먹은 탓일까. 어쩌면 이제는 더 탈 것이 남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열망한다는 감정이 아직 내 마음에 있다는 것에 스스로 감동해 내리는 비인지도 모르겠다. 이 노래는 그렇게 내 옆에서 오랜 시간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되어 주었다.
요즘 양양은, 속된 말로 일을 안 한다. 몇 년째 새 노래를 기다리고 있지만 소식이 없다. 만약 내가 가진 앨범이 테이프였다면, 이미 한 10개쯤 새로 샀었어야 할 정도로 정말 많이 들었는데, 새 노래 소식이 없다.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아쉬움의 표현도 엄연한 팬심 이리라.
"이제 일 좀 하시죠. 제발."
그녀의 노래를 알게 되고 들을 수 있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물론 그녀에 대한 감사이다. 언젠가는 새 노래를 들을 수 있겠지. 언젠가는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겠지. (그녀의 노래는 단 한 곡도 노래방에 없다.) 언젠가는 유행병이 물러나고 노래방에서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여, 내게로 오라.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있는 뮤직비디오와 가사를 첨부한다. 당신의 마음도 불타시거나, 촉촉해 지시길 바란다.
<오! 사랑이여 / 양양>
오, 사랑이여 내게로 와 이 마음 불태워주어라
향기없는 꽃이라도 마음에 피어나게 하여라
폭풍같이 몰아치고 간대도 기꺼이 너를 반겨 하겠어
사랑이여 내 마음의 바닥 그곳까지 닿아 주어라
비어있는 말라버린 딱딱해진 내 맘에
다정하게 다정하게 다정하게 오라 사랑아
고독보다 더 가혹해도 아려도 더 쓸쓸하여도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결국엔 함께 온다 하여도
사랑이여 내게로 와 이 마음 불태워주어라
향기없는 꽃이라도 마음에 피어나게 하여라
폭풍같이 몰아치고 간대도 기꺼이 너를 반겨 하겠어
사랑이여 내 마음의 바닥 그곳까지 닿아 주어라
사랑 사랑 사랑 나는 너를 몰라도
사랑 사랑 사랑 너를 반겨 하겠어
사랑이여 내게로와
이 마음 불태워주어라
사랑이여 내 마음의 바닥
그곳까지
닿아 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