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오늘이 주는 위로

브로콜리 너마저 <살얼음>

by 구어령

공감을 한다는 것은 상대와 같은 마음, 같은 기분, 같은 감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같아질 수는 없지만,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한 마디로 상대는 큰 힘을 얻는다. 아무도 없던 내 뒤에 내 편이 한 명 더 생긴 셈이니까. 나는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니까.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진 공감이지만, 사실 특별한 기술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한 마디면 충분하다. 때로는 마음이 이해하지 못해도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면 된다. 상대가 공감에서 원하는 것은 나와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심증'은 아니니까.


이 노래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선명한 증거이다. '행복하다 믿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위태로운 삶'을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너는 지금 그렇다고 콕 찍어 이야기한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얼지도 녹지도 않은 살얼음판'이란 것도 알고 있다. 가끔은 뜨끔하게도 한다. "적당한 행복과 의외의 안정으로" 이곳이 살얼음판이 아닌 척하던 나에게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실이 어떤지도 알려준다. "얼어 있던 강물, 그 위를 건너던 이 문득 사라졌"다고, 그게 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한다.


너는 오늘 그렇다고, 나는 알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만 이야기한다.


조심히 걸어가자, 열심히 걸어가자, 줄이라도 잡고 가자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안아 줄게, 내가 위로해 줄게 라고 손을 내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는 더 큰 공감이고 더 큰 위로이다. 오늘 내가 '그렇다'는 것을 '그대로' 알아주니까. 내 마음과 똑같은 크기로 공감해주는 것보다 더 큰 공감은 없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나는, 오늘의 나에게 가장 큰 공감의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만큼 나의 오늘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캔맥주 한 잔 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돌아보는 것 만으로, 나는 그렇게 살고 있구나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https://youtu.be/tZQ3rqSSKkw


<살얼음 / 브로콜리 너마저>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었네

행복하다 믿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얼지도 녹지도 않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네

끝없이


무덤덤한 고독과

적당한 행복과

의외의

안정으로


얼지도 녹지도 않은

살얼음판을

밟은 것처럼


차가운 눈물이 흘러내렸네

얼었던 마음도 잠겨버렸네


얼어 있던 강물

그 위를 건너던 이 문득 사라졌네

가장 깊은 곳 위에

가장 얇은 살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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