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좋은 일도 그렇다고 나쁜 일도 없는 날. 비슷한 시간에 출근해 늘 하던 일을 하고 예상한 시간에 퇴근하는 그런 날. 아무 약속이 없어도 마음은 고요하기만 한 날. 시끄러운 차 소리와 술집에서 떠들어대는 사람들도 마음의 고요함을 깨지 못하는 그런 날.
지하철 입구, 잠시 고민을 한다. 이 계단을 내려가 오늘도 지하를 내달릴 것인가. 아니다, 오늘은 그러지 않기로 한다. 조금 늦더라도 버스를 타기로 한다. 멍하니 차창 바라보며 고요했던 오늘을 마지막까지 즐겨보고 싶다.
지나가는 차들, 불빛들, 사람들, 간판들, 소리들, 냄새들. 익숙하지만 지겨운 것들. 그렇지만 오늘은 괜찮다. 오늘은 무엇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니까.
문득 어떤 생각을 하고 싶어 졌다. 아니,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어떤 생각을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 같이 느껴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무 생각도 이어지지 않는다. 흘러가는 창밖 풍경처럼 내 생각도 하염없이 흘러갈 뿐, 어느 한 곳에 멈추지 않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집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타박타박 집을 향해 걷는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그냥 기분이 좋다. 내일도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지상의 수많은 빛을 걷어내면 저 안에 무수히 많은 별이 있음을. 문득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이 노래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것 같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런 날의 퇴근에 대한 노래이다. 2008년, 그러니까 12년 전, 나조차 30대였을 때 나온 노래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노래가 이야기하는 '그런 날의 퇴근'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상 사람 모두가 직장이라는 곳에 다니지 않는 날이 올 때까지 유효할 것이다.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 오지은>
오늘은 조금 돌아가도
지하철 말고서 버스를 타고
창밖엔 비친 멍한 얼굴
귓가엔 멜로디 어둑한 저녁
한 정거장 일찍이
버스에서 내리고선
타박 발걸음 내디며
조용한 밤 산책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구나
오늘 하늘에 별이 참 많구나
혼자라는 생각이 안드는건 이상하지
내일은 어디로 가볼까
또 지각하면은 안되는데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
가까워질수록 한 템포 다운
저녁거릴 걱정하다
내 일거리 걱정하다
조금
내 사랑 걱정하다
내 인생 걱정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와
아무일도 없는 소소한 일상
새삼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이대로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