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잊혀진 서로에 대하여

이아립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

by 구어령

지금 용어로 하면 브로맨스일까? 나에게는 아주 아주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하나 있다. 얼마나 친했냐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등교, 학교, 학원, 독서실, 귀가길(우리집 근처였다)까지 모두 함께였다. 당시 우리 집이 1층이었는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면 녀석이 있었고, 둘이 그렇게 서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떠들기도 했다. 집에 들어오라고 해도 될 것을, 왜 창문을 사이에 두고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게 우린 정말 많은 시간과 사건과 이야기와 공감을 함께 했다.


그래서였을까, 대학도 같은 곳으로 갔다. 물론 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두 어 달에 한 번은 만나 술도 마시고 내 자취방에서 잠도 자고, 새로 이사 간 녀석의 집에 놀러 가기도 했다. 졸업하고는 어느 항공사에 취직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더 좋은 곳으로 점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언제부턴가 연락이 끊긴 뒤, 이유를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우린 다시 만나지 않게 되었다. 서로 연락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이제는 연락할 방법도 찾지 못한 채로, 그렇게 수 십 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물론 이 노래를 들으며 그 녀석을 바로 떠올린 것은 아니다. 이렇게 가슴 한 켠에 서늘한 가을바람을 불어대는 노래를 들으며 어찌 이성이 아닌 누군가를 떠올리겠는가. 다만, 그녀가 말한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하다 그 녀석 생각이 났다. 나에게는 그 '이름 없음'이 '의미 없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린 그 시절 우리가 살았던 그 동네에서 오랜 시간 많은 것을 함께하며 지냈다. 그리고 서로 연락조차 되지 않는 지금,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생각하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들이 되어 버렸다. 그 학교도, 그 집도, 그 거리도, 그와 나도 여전히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이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돼 버린 것이다.


우린 마주 보았지만, 서로의 눈 속에 비춰진 자기만을 보았던


아무리 못 만난 지 오래된 친구라지만, 남자 둘이서 서로를 마주 보는 장면 같은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다만 결국 이렇게 만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이유는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냥 자기 살기 바빴던 거다. 너도 나도 열심히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것뿐이다. 그리고 가끔 이런 노래를 들으며 한 번씩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이름을 한 번 기억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왠지 이 애타게 아름다운 노래를 고작 브로맨스로 연결한 것 같이 죄송한 마음이 든다. 기회가 되신다면 이아립 님의 다른 노래들도 꼭 찾아 들어보시길! 신곡도 좀 내주시길!!!



https://youtu.be/c1TnezGIjkA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 / 이아립>


우린 많은 얘길 했어

우리는 많은 바람속을 헤메고 다녔어

우린 많이 달랐지만 헤어진 이유가 되지는 않았어


많은 순간이 스쳐 지나갔어

그저 지나가길 바라는 것처럼


인연이 아니란듯이

여러번 엇갈리기도 했었지


그래서 였을까

한 번 잡은 손을 놓을 줄 모르던 우리


우린 많은 얘길 했어

우리는 많은 사람속을 헤메고 다녔어

우린 많이 어렸지만 헤어진 이유가 되지는 않았어


언제부턴가 연락이 끊긴 뒤

이유를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그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어디쯤 갔을까

이름 없는 거리에

이름이 없는 우리는


우린 많은 얘길 했어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말은 한게 아닐까

우린 마주 보았지만

서로의 눈 속에 비춰진 자기만을 보았던


두 사람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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