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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Nov 20. 2019

선을 넘는 연극, 로마 비극

무대와 객석의 선을 넘어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다

어제는 로마비극을 보러 서울에 갔었다. 2월에 예매한 연극, 5시간 45분 동안 러닝타임 없이 진행됐다. '긴 시간 버틸 수 있을까?' 했던 걱정도 잠시,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심장을 울리는 음악 효과, 긴장감 넘치는 내용까지 5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극이 진행된 LG아트센터는 5년 전 내가 처음으로 공연 ‘불역쾌제’를 보고 극의 재미에 푹 빠졌던 곳이다. 때문에 나는 이곳이 객석과 무대가 분리된 공연장임을 알고 있다. 과연 이 곳에서  ‘로마비극’은 어떻게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버릴 수 있을까? 지정석이 아니며 공연 중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주최 측의 안내가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궁금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기에 직접 가서 보았다.


길게는 30분, 짧게는 15분 단위로 좌석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 동안 연극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객석의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무대 위까지 올라가 음료수를 마셔도 되고, 사진을 찍어도 된다. 물론 SNS 업로드도 허용된다. 틀을 깨버린 공연, 즐거웠다. 우리는 360도 어디서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가능한가? 궁금했던 나는 주저 없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등지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았지만 스크린의 사용을 극대화한 무대장치를 통해 극을 관람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실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무대 위에서 직접 돌아다니며 찍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온다. 연기하는 배우들의 숨소리와 무대를 울리는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이 하나되어 온몸이 연극 속에 빨려 들어간 기분이었다. 처음 해보는 경험, 대만족이었다.


참고로 극의 내용은 로마를 다스렸던 정치가들의 이야기다. 당시 제국을 다스리는 지도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배신, 질투, 우정 등 보편적인 감정에 의한 정치적 선택으로 파멸의 길을 걷는다. 연극은 6시간 가까이 진행되면서 전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판도 결국 사람이 사는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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