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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Feb 21. 2021

오늘 엄마랑 싸웠다

미안하긴 한데 고등어는 던지지 말지 그랬어.


일요일 오전부터 엄마랑 싸우고 근처 스타벅스로 도망 나왔다.  홧김에 나왔지만 갈 데도 없고 전주에서는 불러낼 친구도 없어서 도착한 스타벅스에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일요일 9시 반, 엄마가 고등어를 꺼내놓고 구워놓으라며 나를 깨웠다. 눈을 뜨고 잠깐 강아지랑 인사하고 고등어를 올리려고 부엌에 가는 찰나에 엄마의 강력한 손길이 느껴졌다. 왼쪽 팔에 강력한 통증이 느껴지는 동안에 속사포 같은 잔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조금 늦장을 부리긴 했어도 이렇게나 혼날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일요일에도 마트로 출근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이 이해가 되어 잠자코 있었다. 고등어는 오래 걸리니 계란이나 부치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 4개를 깨서 올렸다. 그 사이에도 잔소리는 이어졌고 꽁꽁 언 고등어를 다시 냉동실에 집어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왜 자꾸 짜증이람?....  나도 사람인지라 성질이 나기 시작하면서 소금을 한쪽에 쏟아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내 딴에는 계란이  너무 짤 거 같아서 스크램블 에그로 노선을 바꿔 나무주걱을 가지고 와서 휘적거리고 있는데....

또 한 번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렇게 하기 싫으면 꺼져버려!!!!!!"


난데없는 혼구녕에 서러움이 폭발한 나는 그 길로 씻고 스타벅스에 도착한 것이다.  내가 밥을 차리고 설거지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언니나 동생이 하는 건 불쌍하다 말하는 게 억울하다. 별로 티를 안 내고 말을 안 하니까 누굴 바보 천치로 아는 건지, 괜한 분풀이 상대가 된 거 같아서 화가 치밀었다. 쿵쾅 이는 심장은 진정이 되지 않았고, 평소 비싸서 잘 사 먹지 않는 샐러드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올라갔다.

그렇게 맛있어 보였던 샐러드를 막상 받아서 열어보니 왜 이렇게 별로인지, 기분이 나쁘니까 같은 음식도 달라 보인다. 그저 배를 채우고 마스크를 다시 쓰기 위해 후다닥 먹어치웠다.


가지고 온 노트북을 켜서 여기저기 무의미한 검색을 이어가다 친구와 카톡으로 엄마 욕을 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들어주고 고생이 많다는 한마디를 건네준 친구. 고맙다.   한바탕 오전에 있었던 일을 쏟아냈더니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면서 엄마한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일을 하러 갈 때 배고프다며 아침을 해서 먹이고 또 가기 직전에 하나라도 더 먹으라고 김밥을 싸주던 엄마다. 그리고 환승하는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면 꼭  다시 돌아와 음료수를 사서 손에 쥐어주는 엄마이다. 주말은 내가 쉬고 엄마가 일을 하러 가니 밥을 챙겨야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했지만 나는 쉽게 눈이 떠지지 않았고 , 눈을 뜨고도 강아지랑 조금 늦장을 부린 게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성격 급한 우리 엄마는 누가 챙겨주나, 집안일은 아무것도 못하는 철부지 아빠도, 출가한 언니도, 강아지도 아닌데..

나라도 조금 부지런히 움직일 걸 괜히 성질을 못 참고 뛰쳐나왔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아니 그렇다고 고등어를 집어던지기까지 할 건 뭐람?

고단하고 심란한 마음 이해는 하지만 소리 지르고 던지지는 말아주세요 어머니. 이런  말을 하면,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아냐며 역정을 내시겠지? ㅎㅎ

엄마의 짜증까지 받아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은 언제쯤 생기게 되는 걸까 나도 한 참 부족한 딸이라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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