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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an 13. 2020

엄마의 손 맛 1.김치전

영원히 간직하고픈 보물 1호

오늘은 둘째 주 일요일 엄마가 쉬는 날이다.

마트에서 시식행사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엄마는 마트의 정기 휴일인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무조건 쉬신다.


엄마가 쉬는 일요일은 주로 9시경에 대충 아침을 먹고 전국 노래자랑이 끝날 무렵에 비빔국수를 해 먹거나 짜장면을 사 먹으러 중국집에 간다. 그리고 다 같이 집 근처 저수지에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러 가는 것이 하나의 코스다. 그런데 오늘은 비빔국수도 짜장면도 아닌 특별한 음식을 해주셨다.


바로바로 내가 정말 사랑하는 김치전!!!!


작년 겨울에 담은 신 김장 김치로 하든 여름에 담근 열무김치로 하든 엄마가 하는 김치전은 정말 맛있다. 김치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 우리 엄마께서는 파김치로도 부침개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사실 엄마가 만드는 음식은 다 맛있는데, 김치전은 정말 예술이다. 반죽도 반죽이겠지만 전을 부치는 노하우는 아무리 배우려고 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엄마는 기술자다. 나는 여러가지 김치전 중에서 그냥 신김치로 한 김치전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오늘 만든 김치전의 주 재료는 '총각김치'라고도 불리는 '알타리김치'다.

너무나도 쿨하게 무가 크면 잘게 썰면 되지 않겠냐? 며 뭐든 하면 다 된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음식이 맛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잘해주겠지만 우리 엄마는 오히려 고급 기술(?)은 아끼는 거라고 잘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엄마의 김치전은 특별식으로 통한다. 내가 보기에 이런 상황을 약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 엄마 귀여우니까 봐준다.

 

바삭바삭한 겉 테두리는 부치면서 몰래 먼저 먹는 맛이 제일이다. 방금 부친 부침개는 뜨거워서 호호 불어도 뜨겁다. 뜨거워도 입 안을 꽉 채우면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져 나는 그냥 한 입에 먹는다.  겉은 고소하고 바삭한데 김치는 시큼하고 또 밀가루 부분은 쫀득하다. 김치전은 김치의 간이 배어있어 간장이 따로 필요 없어서 그냥 한 입어 넣기 딱 좋다. 나보고 욕심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집에 있는 나를 포함해 총 4명이서 점심으로 김치전을 8.5판을 먹었다. ㅎㅎㅎㅎ

엄마의 손 맛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고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맛이다. 그런데 문득 어릴 때 엄마가 생강청을 집에서 만든다고 생강과 설탕을 버무린 냄비를 통째로 태워먹은 게 생각났다. 그때 온 집안에 연기가 가득해 창문을 하루 종일 열어놨었다. 우리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요리를 잘한 게 아닐 텐데 지금의 요리 실력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게 기분이 이상하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커가면서 자꾸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먹었던 김치전이 더 맛있게 느껴진 이유를 찾았다.)  그냥 나는 김치전을 먹으면서 이렇게 소소하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일요일이 오래오래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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