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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an 02. 2020

그때의 소원과 지금

무의미하게 느껴진 시간의 가치는 아무도 모른다.

새해의 희망찬 다짐이 무색할 만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하루다.  

어제와 비슷한 하루, 1주일 전과 비교해 봐도 그다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나만 그런가 하는 마음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비슷하다고 그랬다. 시간이 갈수록 느는 것은 새로움에 대해 무뎌지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초딩때 그토록 소중했던 맥주 모양 사탕은 지금 내 머릿속 불량식품으로 분류돼 추억의 간식 정도로 남았다. 이와 비슷한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무뎌지고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소중하지 않은 것들, 하지만 나는 이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과자를 먹기 위해 착한  하면서 무엇이 바른 선택인지 배웠으며 햄버거를 먹기 위해 동생에게 양보하며 배려심과 참을성을 길렀다.


5년 전 오늘을 검색해 사진을 찾아보니 기말고사 성적표 사진이 나왔다. 열심히 한 과목에서 A가 안 나왔다고 입이 잔뜩 나와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웃음만 나온다. 이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때 쓴  다이어리가 생각나 꺼내봤다. 다이어리에 적힌 '수능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 새보니 30가지가 넘는다.  혼자 영화 보러 가보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해보기, 돈으로 치킨 사 먹기 등 고딩의 머리에서 대단해 보이는 것들이 적혀있었다.


지난 일이 생각나 웃음 짓다가 나는 지금 그 리스트의 90퍼센트 이상을 이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적으면서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던 모교 강단에서 연설해보기, 친구들과 해외여행 가보기 등도 기회가 닿아 이미 이룬 것들에 포함됐다. 놀라웠고 스스로 처음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2020년도 하고 싶은 일들'을 새로 적었다.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며 이를 채우기 위해 애쓰던 하루하루가 생각났다.

희망찬 새해의 다짐들이 며칠 만에  무너지면서 그 모든 게 의미 없다고 느껴졌던 새해에, 고딩때 썼던 다이어리를 발견한 것은 선물 같다.


내가 새롭게 적은 이 꿈들은 언젠가 분명 실현돼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은 대단해 보여도 별게 아니게 될 모든 꿈들을 위해서, 올해는 크게 보고 달려 나가는 가 됐으면 좋겠다. 당장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 시간들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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