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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Dec 27. 2019

반려동물에 대하여

우리 집 초코는 과연 동물인가?

우리 집은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개를 키웠다.

그때까지 나는 개를 집 안에서 키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릴 적 나는 마당에서 살면서 집을 지키는 것이 개의 임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가야만 코코와 같이 놀 수 있었고 개를 만지고 오면 늘 손을 깨끗이 닦아야만 했다. 당시 귀여운 우리 집 강아지 코코는 흰색 진돗개였다.


그리고 몇 년 뒤, 전주로 이사 가면서 코코는 마당이 있는 시골로 보내졌다. 그렇게 더 이상 강아지는 키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정상 동생이 자취하며 몰래 키우던 강아지가 오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집안에서 키우게 됐고, 이날 나는 생명의 무게가 '개는 밖에서 집 지키는 것'이라는 부모님의 신념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초코가 오면서 동생이 챙겨 온 보따리가 눈 앞에서 펼쳐졌다. 이걸 개한테 쓰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고, 실제 대부분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동생을 제외한 우리 가족 모두가 놀랐다. 개한테 돈을 쓴다며 미쳤다고 말하는 엄마와 아빠 때문에 앞으로 날들이 걱정됐다.  

(옷 여러 벌, 칫솔, 치약, 배변 패드, 귀 청소도구, 털 미는 거, 장난감, 사람 음식같은 간식들 등등 다양한 용품들이 있었다.)


그렇게 초코와 위험한(?) 동거가 시작됐지만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상황이 흘러갔다.


활발한 초코는 금세 가족에게 이쁜 짓을 시작했으며 얼마 안 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가득했던 엄마와 아빠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초코가 온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한 건 이제 나보다 엄마 아빠가 개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제 안방 침대 위에서 자는 것도 자연스럽다. 개한테 돈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상이 많이 변했고 사람도 변할 수 있나 보다. 원래 개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부모님의 모습이 매우 낯설다.


그런데 우리 집 초코는 마치 사랑받는 법을 안다는 듯이 행동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마다 모든 방을 돌며 품에 안긴다. 집에 오면 온 몸으로 반겨주고 좋아해 준다. 사람이 오는 시간을 기억하는 듯 시간 맞춰 문 앞에서 기다린다. 또 식탁에서 먹을 것을 뚫어져라 보는데 막 먹지는 않는다. (마치 혼나는 걸 안다는 듯이) 대소변을 가리고 먹자, 산책 가자, 안돼, 등의 말을 알아듣는다. 무엇보다 얼굴을 보면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을 맞춘다. 가끔 진짜 사람 같다.


원래 강아지가 그런 건가? 그동안 밖에서 키워서 몰랐던 걸까? 초코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강아지가 우리집 식구가 됐다.

이미 가족구성의 변화 속에 반려동물이 포함되고 있다. 아직 완전하게 자리 잡진 않았지만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됐을까? 동물을 위한 것인지 동물에게 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모를 애견용품들 말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 초코는 팔다리가 길고 허리도 길다 그리고 얼굴도 길다. 눈이 아주 땡그랗고 아주 산만한다. 웬만한 명령은 잘 따를 만큼 똑똑한데, 똥을 싸면 '우다다'라고 부르는 뜀박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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