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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Dec 23. 2019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과의 만남

2019년 한 해가 다 갈 때쯤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대한민국에서 패러글라이딩으로 가장 유명한 단양이다.



단양은 현재 살고 있는 전주에서 출발하면 6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 친구가 사는 대전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새벽에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저녁 8시가 넘어서 도착한 대전에서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었던 엽기적으로 매운 닭볶음탕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진 이때까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우리는 다음날 새벽 단양으로 떠나는 기차를 탔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기 위해 구경시장으로 향했다. 마늘순대국밥이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얼큰한 국밥을 찾아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탔다. 조그마한 시골 동네 시장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가게는 찾기 쉬웠고 금방 국밥 2그릇을 주문할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식당의 따듯한 온돌방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온 몸이 녹는 기분이었다. 새우젓과 고춧가루 양념, 청양고추와 김치, 깍두기, 구운 소금이 밑반찬으로 나왔다. 들깻가루가 잔뜩 올라간 순댓국은 진한 국물과 함께 마늘순대와 돼지 머리 고기, 수육이 잔뜩 들어 있었다. 한 그릇이 꽉 찬 국밥이었다. 맛있었다.

그런데 사실 국밥을 많이 먹어본 사람이라면 어디서 먹어본 듯한 맛임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꽉 찬 국밥 맛있었지만 특이하지는 않다. 그나마 특별한 것은 마늘 순대가 들어가 순대를 먹을 때 마늘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처음 마늘이 들어간 한국 음식을 먹으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매우 만족스러운 국밥이었다.



우리는 배를 채우고 패러글라이딩 예약시간에 맞춰 픽업장소로 도착했다.



7명이 탄 차는 굽이굽이 산을 올라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도착했다. 15분 동안 점점 작아지는 단양 시내의 모습을 바라보니 점점 실감이 나고 무서워졌다. 그럼에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옷을 갈아입었다. 표를 받고 조금 기다리니 곧 우리 차례가 돌아왔고, 함께 비행을 해줄 선생님의 안내 말씀이 이어졌다.

"절대 달려가다가 멈추지 말고 앞만 보고 뛰어라"

나는 뛰었고 이내 바람에 몸을 맡겼다. 한눈에 보이는 남한강 줄기와 단양시내는 놀라웠다. 바람소리와 함께 부우우웅 뜨는 몸이 마치 알라딘의 양탄자를 탄 기분이었다. 바람을 동력으로 성인 두 사람이 이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것에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다시 느꼈다.

하늘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햇빛에 반사돼 시시각각 변하는 남한강의 색을 바라보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확실히 패러글라이딩 영상을 보는 것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난다.



나의 첫 비행은 10분 남짓한 노멀 코스였다. 익스트림이나 스페셜 코스로 하면 조금 더 길고 즐거운(?) 경험이 가능하다. 맛보기로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살짝 멀미 증상이 나타나 익스트림을 선택하지 않은걸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음에 도전해 보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즐거웠던 비행은 선생님과 함께 안전하게 끝났다.  



이후 우리는 또 단양에서 유명하다는 오성 통닭집을 찾았다. 유명한 만큼 사람도 많았고 맞은편에  '오성 통닭 앞집'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었다. 단양의 맛집은 대부분 구경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주문 후 2~30분을 기다리고 치킨을 받았다. 통마늘과 대파, 야채가 함께 튀겨져 나온 치킨은 정말 맛있었다. 전혀 느끼하지 않았고 둘이서 한 마리를 다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닭 비린내도 안 나고 튀김옷도 적당히 바삭하고 좋았다. 양도 상당히 많아서 둘이서 저녁으로 먹기 충분하다. 배가 많이 고프기도 하고 방금 튀겨 나온 치킨이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매우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3분의 2 가량 치킨을 먹을 때까지 콜라를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청양고추가 들어간 간장에 찍어 먹어서 그런가? 느끼하지 않다.  마늘 튀긴 게 그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게 된 날이다. 그렇게 한참 먹다 보니 꼭 야채튀김이랑 치킨이랑 같이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맛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다 맛있는 듯하다.


대부분 SNS에 나오는 모든 맛집, 반드시 가 봐야 할 곳과 같은 장소는 현실과 다르거나 매우 비슷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안고 명소를 찾는다.

 그날 밤 나는 게스트하우스 맥주파티에서 서울, 대구, 횡성, 제천, 충주 등 각지에서 단양을 찾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단양을 방문한 사람들, 이들을 한 데 모은 것은 SNS에 올라온 패러글라이딩과 음식들이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공통점을 찾아보고 서로를 알아가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길 위에서 만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곳에선 내일이면 또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 될 2030 청춘의 냄새가 풍겼다. 

왠지 모르게 게스트하우스가 내 방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절친인 친구와 함께한 여행, 어느덧 20대 중반에 선 우리는 앞날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조 섞인 웃음이 익숙해짐을 느꼈다. 그래도  철없던 그 시절 친구와 함께하니 그때로 돌아간 듯 별거 아닌 일에도 즐겁기만 했다.


어찌 됐든 2019년을 마무리한 이번 단양여행은 매우 즐겁고 감사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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