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님 제발 사진부터 좀 찍으시라구요."
친한 후배가 매번 하는 말이다
나의 소개로 결혼까지 성공한 보답을 하고 싶은 건지
내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친구라면 손절할듯한 나의 이상한 고집에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소개팅을 주선해주고 싶어 한다
후배가 같이 밥을 먹으면서 본인 카톡대화방 하나를 보여줬다
대화방이라고 하기에도 좀 이상하지만
남녀 사진 그리고 밑에 간단한 프로필만 있는 대화방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사진과 프로필만 가득가득했다
"여기다가 올리면 뭐라도 되니깐 어여 사진 좀 찍어봐여."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어..."
"그럼 증명사진이라도 찍으시라니깐요."
"돈이 아까워..."
"하..그럼 말아여."
글을 쓰면서도 참 나도 노답이라 생각이 들지만
고집부리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 소개팅에 큰 생각이 없다
잘된 적도 없고 두 번뿐이지만
자연스럽게 만나서 연애를 길게 하다 보니
소개팅으로 잘될 거 같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약간 하면 하고 말면 말지 라는 건방지고 오만한 생각..
그럼 지인들이 또 말한다
"네가 제대로 좋은 사람 안 만나봐서 그래."
"마음을 좀 열고 만나봐."
그래서 이 말을 믿어보려고
들어오는 거는 거부하지 않고 다 만난다
마음도 열어보려고 노력을 한다
나름 그래도 살면서 총 스무 번 정도 한 거 같은데
내가 문제인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로 사실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전 여자친구의 마지막 만남에서 나온 말 때문이다
나의 연락이 불편해진 여자친구는
확실한 이별을 말하러 나왔고
나한테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하였다
본인도 며칠 뒤에 소개팅을 한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물어봤다
"그래 사진은 봤고? 마음에 들더나."
"몰라. 난 사진 보지도 않았어."
참 바보 같지만 이게 두 번째 이유다
혹시나 비슷한 사람이 나올까 싶어서
쨌든
저번주에 갑자기 후배가 메신저를 했다
"아직도 사진 없이 만날 건가요."
"ㅇㅇ"
"그럼 한번 제가 찾아볼게여."
"뭐여 갑자기"
퇴근 후
카톡이 왔다
"주임님 한 분이 하신대여. 연락처 드릴게여"
"엥 벌써?"
"권xx/ 010-xxxx-xxxx"
"어...잠깐만..성이 같은데..좀.."
다음 후배의 한마디에 나는 조용히 수락하였다
"뭔..."
이후 진행된 소개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루트로 진행되었다
장소를 잡고
만나서 인사하고
아님을 느끼고
그래도 운 좋게 항상 좋은 분들이 나와서
대화는 잘 이어진다
그리고 헤어짐 인사
매번 이렇게 나의 소개팅은 끝이 난다
그런데 다음날 문제(?)가 발생하였다
단 한 번도 없었던 상대분의 애프터 신청
분명 다르지 않았다
항상 해오던 소개팅의 분위기와 느낌이었었다
처음 그 카톡을 본 감정은 '거절해야겠다' 였다
하지만 정중하면서도 진솔한 카톡 때문인지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내 감정은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나는 만나보면서 사람을 지켜보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나보면서? 사람을 그렇게도 만날 수 있나'
'좋아해서 서로 감정을 느껴 만남이 성사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컸다
내가 생각하는 만나보면서라는 말은
그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 같아서
내가 추구하는 만남에는 부합하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 만남으로 나의 편협한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물론 상대분도 그냥 별 뜻 없이 예의상 한 애프터에
내가 북 치고 장구 치는 상황일 수 있으나
나는 다음 만남을 약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