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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Nov 28. 2017

스페인 교회 오빠

세르게이 연재 일기_산티아고

< Carrion de los condes > D+7 98.7 km / 156,981 STEP


7시 마을 대성당에서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연을 보러 갔다. 무료 기타 공연이라 아무런 기대 없이 동네 기타리스트 딴따라 하나 오나보다 라는 생각으로 약 20분 늦게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에 들어서기 직전 혹시 ‘오, 주님’ '해븐' '할렐루야' 이런 노래 부르고 그런 건 아닐까 노파심이 들었다. 성당 주변, 작은 팻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광고스러운 것들이 없었고, 예를 들어 축제 분위기도 전혀 아니었다. 쉽게 말해 성당에서 하는 기타 콘서트라... 스페인 교회 오빠의 모습을 상상했다.

200살은 먹어 보이는 나무 문을 열자 ‘끼기긱’하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기타 소리가 들렸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찬송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장소는 성당이었고, 그것은 편견의 법칙이었다. 그럴 것 같으면 그렇게 들리는 게 편견의 힘이고, 대중은 편견에 휘둘린다.


성당 안에 사람은 눈대중으로도 10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청중 사이에 아시아계 여자와 함께 있는 독일 원숭이가 손을 과하게 흔들었다. 그는 마치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 같아 보였다.


흰머리를 뒤로 묶고, 수염을 목젖 아래까지 쓸어내린 노인이 12줄+6줄 기타를 품에 안고 연주를 하고 있다. 12줄 기타를 치는 다섯 손가락, 줄을 누르고 있는 다섯 손가락, 총 열 손가락이 명백하게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기타에서는 단 한 번에 실수 없이 형형색색의 소리가 줄을 지어 달려 나왔다.


중국인도 한국인도 미국인도 입을 닫고 감상을 했다. 어딜 가나 속닥이는 커플들도, 독일 원숭이의 손짓도 이곳에서는 침묵했다. 몇몇 백인들은 눈을 감고 두 손 모아 감상했다. 그중 하나가 흘리는 눈물에 나는 좀 오버스러운 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했지만, 그 덕분에 나도 눈을 감고 고개 숙여 감상을 시작했다.


약 4곡이 연주되는 30분이 금방 지났다.


그가 일어났다. 공연이 끝났음을 느낀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것은 기립 박수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도 덩다라 일어나 박수를 쳤다. 아무도 소리를 지르거나 환호는 하지 않았다. 모두들 가만히 일어나 양손을 부딪히는 일에만 집중했다.


할아버지는 공손히 90도로 인사를 해 보이고, 12줄 기타를 아주 조심스럽게 안은 체 퇴장했다. 퇴장하는 동안도 박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콘서트가 공짜라서 기립 박수를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나에게도 그랬듯이 모두 마음에서부터 울려오는 어떠한 울림이 박수를 치게 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자리로 돌아와 다시 세 번이나 인사를 해 보이고, 스탭에게 인지 누구에게 인지 검지와 엄지를 살짝 모아 조금만 더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그가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라시아스” 고맙다는 말을 신호로 연주가 시작했다. 박수소리가 다시 차츰 작아지고 작아지는 박수 소리와 기타 소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한 곡 끝나면 공연이 끝난다는 생각 때문인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기타로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곡이 끝나자 다시 모두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나는 다시 한번 그들에게 이끌려 함께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는 역시 공손히 인사해 보이고는 12줄 기타를 품에 안고 성당 밖으로 퇴장했다.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다른 감정이 아닌 고마움을 느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들을 보곤 한다. 어떤 특정분야에서 불가능 해 보이는 성과를 이루는 사람들 이를 테면 올림픽 선수들이다. 자신의 한계를 끝없이 경험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아니 명백히 수없이 포기를 고민하고 매일 같은 행동 또는 같은 말을 반복했을 그들을 보면 존경심과 고마움이 들곤 한다.


공연을 보고 나와 독일 원숭이를 또 만났다. 그는 알 수 없는 손짓과 표정으로 내 공감을 이끌어 낸 후 다급히 아시아계 여자에게 되돌아갔다.



실수를 두려워 마라.

한곡의 음악이 그렇듯이.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어차피 모두 나의 인생이다.

쓴 사람 - 권세욱 - facebook.com/kwonsewook

오타 잡은 사람 - 강보혜 - @b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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