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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Nov 26. 2017

깃털 단 독일 원숭이

세르게이 연재 일기_산티아고

< Poblacion Camlpos > D+6 73.1 km / 124,735 STEPs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보면 나는 그들이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알 수가 없다. 무슨 말이냐면,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 지. 한국인을 봤을 때와 다르게 도무지 그 이상 예측이 되지 않는다.


순례자들은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 금세 까먹을 이름을 서로 알려준다. 그것은 마치 산티아고의 법칙 같아서 이름을 묻지 않으면 잘 못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일어나면 모두가 사라진다.


마지막 문장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수 있다. 이곳 알베르게는 대부분 거의 100% 아침 8시 전에 체크 아웃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5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서 6시에서 8시 사이에 하루의 첫걸음을 시작한다. 덕분에 내 아침잠은 매일 분주하다.


올빼미 축에 속하는 나(?)의 경우에는 그건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불가능은 없었지만, 단지 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그 일을 이루어질 수 없었다. 매일 눈을 뜨면 8시. 청소부 또는 알베르게 매니저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짐을 싸고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음날 일어나면 모두가 사라진다.


자기 전 항상 이별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침이 되면 혼자 남겨질 외로움과 이별은 필수 불가결한 나의 운명이다. 대부분은 하루에 20~25km를 나는 하루에 15km 정도를 걷고 있다. 한번 만난 사람을 다음날 다시 만나는 일 또한 점점 사라진다.


산티아고까지의 길은 정해져 있고, 일반적으로 35일 정도가 걸리는 일정이다. 하루 15km를 걷기 때문에 내게 산티아고는 65일 일정이다. 넉넉하고, 길고, 남들보다 30일이나 더 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난 이 행보가 영원히 계속돼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은 머리에 깃털을 잔뜩 꽂고 키보다 한 뼘이나 긴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그리고 털이 수북한 배를 내보이며 걸어오는 독일 긴팔원숭이를 만났다. 그는 말을 듣지 못했고, (정말로 팔이 길었다.) 본인이 말을 할 때도 목소리가 쉰 듯이 세어 나왔다. 그래서인지 수화를 했고, 덕분에 리액션이나 몸으로 표현하는 감정이 아주 격했다.


그는 일본인 남자와 함께 있었는데, 그 일본인은 자기의 독일 친구가 자랑스러웠는지, 수화를 통역을 하면서 머리에 깃털을 단 독일 친구를 히피라고 재차 자랑했다. 일단 일본인은 원숭이의 춤추는 듯한 수화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었다. 둘은 아주 가까워 보였다.


독일 원숭이는 이곳에 오던 길에 이쁜 여자를 봤다면서 일본 친구를 버리고 숙소를 옮겼다. 일본 친구는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에 적적했는지 내게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이곳에서는 그렇다. 서로 연락처를 물어볼 필요도 없고, 다시 보자는 약속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만날 사이면 다시 만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항상 쿨 한 이별을 하고 서로의 길을 걷는다.


독일 히피와 일본 친구도 알고 보니 어제 만난 사이였다. 다시 말해 그는 원숭이가 자랑스러웠을 뿐 수화를 해석하는 능력은 없었다.


조금만 넓게 보면, 결국 우리 삶도 산티아고와 같지 않은가 싶다. 오늘 동행 내일 동행 다르듯이, 고등학교 때는 고등학교 친구를 대학교 때는 대학 때의 친구를.

 

그리고 취직을 하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더 이상 함께 지내지 못한다. 불알친구라고 해서 만나는 것들도 결국 돌아보면 일 년에 한, 두 번 보는 친구들이 아닌가.


산티아고는 삶의 압축판이다. 그러므로 함께 있는 순간이 얼마 동안이든 그동안 서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는 방향이 같더라도 가는 속도와 방향이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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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 권세욱 - facebook.com/kwonsewook

오타 잡음 - 강보혜 - @b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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