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편

반도파민적 인간

by 최열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로맨스 영화 1위, 어바웃 타임…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보통 로맨스 영화 좋아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노트북, 어바웃 타임 아닐까. 물론 두 작품 모두 반도파민 시리즈에 속하기 때문에 짐작해 봅니다. 어바웃 타임과 노트북, 각각 사랑으로 가벼워지고 싶을 때와 무거워지고 싶을 때 보는데요. 오늘은 마침 어바웃 타임을 보고 온 김에 빠르게 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 영화가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보다가 화나는 요인이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장애물이 생긴다든지, 비아취가 나와서 사이를 갈라놓는다든지 하는 억지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일이 없다는 것. 그저 상황적으로 일어날 법한 일만 일어나고(물론 기본 전제가 타임 슬립이 가능하다는 스토리지만), 극적이지 않다는 게 좋아요. 다분히 일상적이고 평범해서 우리 이야기 같은 게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게다가 레이첼 맥아담스(메리)를 무척 좋아해요. 그의 잔잔하고 울림 있는 표현이 좋거든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꽤나 악역을 맡았지만, 그 이후로는 꽤 진실하고 담담한 역을 많이 맡은 것 같아요. 두 쪽 모두 매력적이지만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아담스가 개인적으로 레전드인 것 같습니다. 그가 빨간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 입장을 할 때마다 두근거리거든요. 그의 보조개를 하루만 빌려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도 다섯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물론 드라마에 비하면 다섯 번을 봐도 적은 시간이지만, 한 영화를 그만큼 본다는 건 이제 이야기가 흥미로워서라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이 좋다는 뜻이니까요. 어느 하나라도 걸리는 게 있다면 세 번 이상은 보기 힘들잖아요. 영화의 스토리, 등장인물, 음악, 배경, 대사 같은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걸 즐기게 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결혼식 뒤풀이 장면인데요. 비가 쏟아지는데 누구 하나 싫은 티를 내지 않아요. 모두 기쁜 마음으로 비를 맞고, 또 피하고, 열정적으로 축하해 줍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을 하는데 폭우가 쏟아져내리면, 저는 마냥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그런 결혼식을 한다면 축축하더라도 모두가 기꺼이 웃어주었으면 좋겠지만요…


아마 제가 야외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바웃 타임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잠재의식 중에 부유하니까요... ‘일 몬도’라는 이탈리아 노래에 맞춰 신부가 입장하는 것도 너무 아름다워서, 제가 입장할 때는 무슨 노래를 틀어야 할지 가끔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 딱 맞고 아름다운 노래를 고르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어바웃 타임의 배경 음악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어쩐지 영 쭈굴해보이는 남자 주인공(팀)도 마음에 들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영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굳혀진 것 같은데, 특히 지하철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팀과 메리가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갈라져 출근하는 장면도 너무 일상적으로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저 역시 이번에 영국의 지하철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무척이나 신사인 남자 두 분이 캐리어를 번쩍 들어 옮겨준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부터 시작된 영국의 이미지, 그리고 영화 속 지하철 장면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어요. 영국의 지하철은 꽤나 노후했는데, 그래서 엘리베이터도 정말 찾기 힘들었고 영화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러나 아주 낯선 영국인의 배려로 인해 영화와 현실의 간극이 조금 메워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팀과 메리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에 다 애정이 가요. 영화는 팀의 가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요. 다정하고 장난스러운 아빠, 겉바속촉인 엄마, 아주 엉뚱한 삼촌, 거칠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그들이 모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영화로서는 아주 성공인 것 같습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시골집에서 그들은 매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탁구를 칩니다. 그 가족의 건강함이 저를 무척이나 편안하게 했던 것 같아요.

비슷한 사랑 안에서 팀과 메리도 점점 단단해집니다. 사실 그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에게 빠져 있었고, 이미 안정적인 커플이기도 했습니다. 딱히 모날 것 없이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고 기뻐했던 것 같아요. 만약 현실이라면 지독하게 싸우기도 했겠지만 크게 그런 모습은 없었어요. 서로를 가족으로 확정 짓고 자기들만의 고유한 사랑을 쌓아가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도 푸욱- 쉬는 가운데 이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아주 제대로 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놀라게 하지 않고 물 흐르듯 행복하게 할 스토리를 생각하며, 넷플릭스에 바로 ‘ㅇㅂㅇ’을 검색했습니다. 고민도 없이 이 영화를 골랐어요. 오늘은 사랑으로 해방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자유하게 하는 사랑, 그런 사랑이 여기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