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성림거 운남쌀국수로 시작하는 홍콩 여행.
.
.
그렇게 홍콩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성림거 운남쌀국수'였다.
네이버에 검색을 하면 쏟아지는 후기들이 증명하듯, 누누이 들었던, 한국인 인기 맛집.
원래도 홍콩 내에서 이름난 맛집이었다고는 하나 한국인들에게 이렇게까지 유명해진 건 이른바, '방송 효과' 덕이다.
'신서유기'에서 광둥어 까막눈인 멤버들이 '한자로만' 적힌 메뉴판을 보고 랜덤 선택을 통해 메뉴를 고르는,
이른바 메뉴 복불복이 시행된 곳이 바로 '성림거'였으니 한국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거듭날 만했다.
물론 나도 아직까지 재탕할 정도로 아주 사랑하는 프로라, 어느 누구랄 것 없이 다 같이 감탄을 내뱉는 그 모습을 보고 홍콩에 가면 꼭 저기에 가겠다, 다짐했던 터였다.
우리가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제법 시간이 지난 후라 그런지 한국인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현지인들이 대부분의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는데 과연 누구나 사랑하는 맛집이구나, 감탄을 한번 뱉고 가게로 들어섰다.
메뉴판은 TV 프로에서 보던 것처럼 쌩 한자는 아니었고(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서 바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관련한 수많은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을 섭렵했기 때문에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매운맛', '신 맛' 정도를 고르는 데 있어서 만큼은 펜을 든 손을 주저했는데, 취향에 따라 상당히 평이 갈리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은 'less sour'도 시다며 '신 맛' 절대 없음을 권했고,
또 어떤 사람은 'less sour' 정도는 딱 김치찌개 먹는 맛이라며 'less sour'를 권했으니,
하, 어찌해야 하나.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못 먹는 스스로를 알기에 더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의 정신으로 'less sour'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찌개류 중 김치찌개를 가장 애정하는 데다가 맵기만 한 국수는 세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는 나의 오만한 생각 때문이었다.
쪼오끔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긴 시간 이동하며 쌓인 여독을 풀어줄 맥주를 곁들이면, 그게 산해진미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장님께 '피주에이'를 연신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도리도리, 뿐.
어쩐지 메뉴판에도 없다 했더니 여기서는 맥주를 따로 팔지 않는 거였다. 아쉬운 대로 '레몬 소다'를 주문하고 쌀국수를 기다렸다.
내심 누구의 것이 더 맛있을까, 괜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는 기다림이 얼마나 지속됐을까.
마침내 넘칠 듯한 국물과 함께 그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