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유튜브, 틱톡 등의 동영상 플랫폼에서 자국 아티스트들의 콘텐츠가 우선 노출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법안의 개정안 형태로 지난달 공개되었는데요. 11월에 공개되었던 내용은 넷플릭스 · 디즈니 · 스포티파이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들로 하여금 캐나다에서의 매출 일부분을 캐나다 국내 TV쇼 · 영화 · 음악 제작을 지원하는데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공개된 개정안은 법안의 적용 대상을 유튜브나 틱톡 등의 UGC(user-generated Content, 사용자 제작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대하였습니다. 핵심 목적이 이들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국 사용자들에게 캐나다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보다 잘 노출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을 검토한 법률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캐나다 정부가 노출 알고리즘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캐나다 IP 주소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유튜브나 틱톡 등에 접속하여 검색 시 캐나다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말이죠.
따라서 법안이 시행될 경우, 현재 알고리즘으로 캐나다 사용자가 '최고의 록 음악' 검색 시 ‘본조비 · 건즈 앤 로지즈 · AC/DC’ 같은 해외 밴드들의 곡이 가장 상위에 노출되던 것이 ‘니켈백 · 에이브릴 라빈 · 심플 플랜’ 등 캐나다 밴드가 최상단에 노출되도록 바뀔 수 있습니다.
법안을 담당하는 캐나다 문화유산부의 스티븐 길볼트 장관은 "인터넷이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소비할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보유한 몇몇 거대 미국 기업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많은 아티스트, 특히 프랑스어 및 토착 언어를 사용하거나 유색인종인 경우 자국 문화와 언어로 사용자들에게 알려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번 법안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 같은 법안은 EU(유럽연합)가 2018년 도입한 로컬 콘텐츠 쿼터제와도 유사성을 지니는데요. EU는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서비스들이 전체 콘텐츠 중 최소 30% 이상을 유럽에서 제작된 로컬 콘텐츠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개정 법안과 달리 EU의 법안은 유튜브나 틱톡 등 UGC 플랫폼들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죠.
해당 법안은 현재 캐나다 하원에서 통과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캐나다 주요 야당 중 한 곳인 BQ(Bloc Quebecois)가 지지를 약속한 만큼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죠. 정부측은 해당 법안의 내용을 어떻게 강제할지와 관련한 원칙은 법안의 통과 이후 정립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단, 캐나다에서 방송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CRTC)의 전 위원장이었던 콘라드 폰 핀켄슈타인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칙을 정립하는 데에는 수 년이 소요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반대 진영으로부터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캐나다 내에서도 다수의 반대 여론이 표출되고 있는 중으로, 야당 정치인들과 법률 전문가 상당수가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고 비난하였습니다. 세 달 전까지 법무부 소속으로 방송 영역 규제 초안을 작성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변호사 필립팔머의 경우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승자와 패자를 고르려고 하는 셈"이라고 비판의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문화예술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 단편 영화들을 위한 영화제인 버퍼페스티발(Buffer Festival)의 총책임자 스콧 벤지는 법안 개정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이 개편될 경우, 자국에서 제작된 영화들에 '캐나다산' 태그가 붙으면서 오히려 캐나다 외부로부터의 시청자 유입이 줄어드는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캐나다는 이 외에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국 경제에 기여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강도 높은 규제를 다수 추진 중입니다.
우선 올해 7월로 예정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2022년부터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아울러 검색 결과나 소셜 피드 등에서 뉴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그에 대한 대가를 뉴스 퍼블리셔들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힌 상태이죠. 이는 세계 최초로 구글 검색과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등장한 뉴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도록 한 호주의 선례를 따른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혐오 발언 등 유해 활동 단속을 전담하는 신설 규제 기관의 설립도 검토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