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11일, 미국 상원이 앱스토어 운영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강제를 규제하는 오픈 앱마켓 법안(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지지 하에 발의된 것이며, 상원 반독점 소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틀 뒤인 13일에는 미 하원에서도 '오픈 앱마켓 법안'과 동반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동반법안은 상원 또는 하원이 발의했던 법안과 동일한 내용을 발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양당이 의기투합해 처음으로 인앱결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있다', 제법 꼼꼼한 법안 내용
오픈 앱마켓 법안은 애플·구글 등 미국에서 5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앱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써, 앱스토어 안에서 앱을 배포하고자 하는 개발자에게 앱스토어 운영사가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 이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해당 법안에는 개발자가 앱 사용자에게 '정당한 비즈니스'를 제안하는 것에 대해 앱스토어 운영사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개발자들은 자신이 개발하고 배포한 앱 내에서 인앱결제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더 저렴한 옵션을 자유롭게 홍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픈 앱마켓 법안에는 사이드로딩(Sideloading)을 허용하는 내용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이드로딩은 사용자들이 공식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로드 받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애플은 사이드로딩을 허용하면 보안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며 가장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습니다.
해당 법안의 목적은 앱스토어 운영사가 특정 개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한편, 사용자들이 서드파티 앱스토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구글은 사용자가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애플은 오로지 자사 앱스토어만 사용하도록 제한해 왔습니다.
개발자와 앱스토어 사용자들을 위한 내용 외에, 앱스토어 운영사를 위한 '숨구멍'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보호·보안·사기방지와 같은 이유나, 연방 및 주의 법령을 준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앱결제 등을 강제하는 경우에는 법안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앱스토어 운영사들이 어느 정도의 통제권은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독점적 지위 견제하는 법안,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을까?
사실 대형 앱스토어 운영사들의 시장 장악력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앱스토어 운영사들의 공정성에 물음표를 던진 업체들은, 그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앱스토어 내에서 앱 개발자들과 경쟁하는 데 다시 사용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이와 관련해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애플이 스포티파이 앱의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버그 개선을 '빈번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자사 서비스인 애플뮤직에 간접적으로 특혜를 부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 상원과 하원은 오픈 앱마켓 법안에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앱스토어 운영사는 서드파티 앱으로부터 수집한 비공개 비즈니스 정보를 해당 앱과의 경쟁에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자사 앱이나 비즈니스 파트너의 앱을 이유 없이 우대하거나, 서열화하는 것 또한 금지될 예정입니다.
해당 법안의 내용을 따라야 하는 대상이 법을 위반할 경우에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또는 주 법무장관들이 나서서 제지할 수 있습니다. 앱 개발자 역시 위반 사항에 대한 금지명령구제(injunctive relief)를 요청하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반독점 논란에 기름 부었다, 애플·구글 더욱 날 선 비판 직면해
오픈 앱마켓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리처드 블루멘설 민주당 의원은 CNBC 인터뷰를 통해, 사이드로딩을 허용하면 보안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해 온 앱스토어 운영사들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앱스토어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유지한다는 구글과 애플의 주장은 독점적 지위를 지키기 위한 구실거리에 불과하다"며 "진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개발자로부터 데이터를 훔치는 자들이 '우리는 개인정보 수호자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모순적인 일이다"고 꼬집었습니다.
애플 등 빅테크 기업과 법정공방을 한 적 있는 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도 해당 법안 발의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에픽게임즈는 "해당 법안이 공정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는 것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 장악력을 남용하는 독점 기업들에 맞서는 소규모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 등 기업들이 앞으로도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며 소비자, 개발자 및 디지털 경제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상원이 신속하게 오픈 앱마켓 법안을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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